• 최종편집 2024-03-26(금)

[칼럼]평화에 앞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해야

강정환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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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1.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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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반도에 남북긴장이 아닌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소강상태이지만 말이다. 그 덕분에 자연의 보고 DMZ, 평화경제, 평화관광 등 평화와 DMZ 브랜드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평화. 참으로 좋은 말이다.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쟁이 왜 일어 났는지, 전쟁으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아파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화려한 껍데기 안에 깊숙이 자리한 상처를 외면한채 어두운 과거를 덮고만 있다면 과연 진정한 평화가 가능한 것인가. 어부지리 해방이 갖다 준 선물은 참혹한 전쟁과 분단이었다. 한국전쟁으로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 고아와 미망인이 생겼는가. 나라는 허리가 잘렸고 부모형제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생지옥이 되었으니 말이다.

 

산 자들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바람에 개인의 존엄성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국가안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말이다. 그 덕분에 나라경제가 선진국 수준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전쟁과 분단으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2018년 2월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 2심이 끝나 대법원 상고심 재판중이지만 아직도 재판결과가 안 나온 것을 보면... 지나친 미국의존과 사회불평등 심화 등 민생이 안정되지 않아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자. 생계유지하느라 힘들고 절박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엄중한 현실은 당신의 말잔치, 구호성 이벤트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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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UN군 화장장 시설 ⓒ뉴스매거진21

 

우리는 값싼 평화를 원치 않는다. 손쉽게 얻는 평화, 구호성·이벤트성 평화를 거부한다. 평화와 DMZ는 당신이 새롭게 책상 위에서 발견한게 아니다. 당신 머릿 속에서 만든 공상이자 허상에 불과하다. 꿈에서 깨어나라. 아프고 어둠 속에 갇힌 우리들의 삶을 직시하고 끌어 안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그래서 필요하다. 분단현실과 이산가족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는다. 아프고 어두운 현실을 용기있게 드러낼 때 비로소 평화라는 큰 지평을 열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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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미산면 대전차 방호벽 ⓒ뉴스매거진21

 

경기북부는 남북관계와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통과지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을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과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도시를 혁신하면서 서로 연대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도로망이 개선되면 지역이 발전할까. 냉정하게 생각할 일이다. 평화경제는 누구의 몫이 될까?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고 지역민의 삶을 얼마나 향상시킬까. 빈익빈 부익부 심화로 지옥같은 삶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누구를 위한 평화, 누구에 의한 평화, 누구의 평화인지부터 밝히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무거운 반성을 통해서만이 평화를 말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세상을 열 수 있다. 지금 질적인 변환,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다.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통해서만이 평화도 가능하고 불평등한 낡은 고리를 벗어 던지고 자주적이며 당당한 나라를 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부끄럽고 힘들겠지만 하나 하나 아픔을 드러내고 참회와 반성부터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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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

누구를 위한 평화, 누구를 위한 평화경제인가? 이산가족의 아픔은 물론 좌우진영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지 않는 한, 지역경제와 지역공동체를 살리지 않는 한 미사여구 슬로건에 그칠 것입니다. 금번호에는 '순자, 내사랑! 가지 말아 주오' [독자기고]가 감동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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