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매년 5월과 10월 두 번째 토요일을 ‘세계 철새의 날’로 지정 이를 기념하고 있다. 철새의 날을 제정한 목적은 ‘철새의 서식지 보호와 개체 수 보존’이다. 2006년부터 시작하였으니 올해는 17주년이 되는 해이다.
철새의 날을 제정한 목적은 철새의 개체 수를 늘리는 일이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바로 철새가 살아가는 서식지 보호이다. 서식지는 철새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하여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종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요즈음 전세 사기 사건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바로 삶의 터를 빼앗아 세입자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했기 때문이다.
철새의 특성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먹이를 찾아 몇 백 Km에서 수만 Km까지 이동하여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알을 낳아 키우는 계절인 봄에서 여름 동안 머무는 곳을 번식지라 한다면, 번식지에 겨울이 다가와 생존 조건이 악화되면 찾아가는 곳이 월동지다.
인천의 시조 두루미는 겨울에 강화도 남단 갯벌에 와서 겨울을 나지만 봄이 오면 저 북쪽 시베리아로 번식을 위해 떠난다. 인천의 조류 깃대종인 저어새는 봄이 오면 대만과 홍콩 멀리는 싱가포르를 떠나 한반도 서해안 갯벌을 찾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지금 송도 주변 갯벌에 가면 도요새와 물떼새 종류가 많다. 이 새들은 저 멀리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출발하여 알래스카나 시베리아로 가기 위해 중간 기착지로 이곳에서 기력을 보충하는 나그네새 들이다. 봄에는 북쪽으로 가기 위해, 가을에는 남쪽으로 들른다.
새는 생태계가 건강한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지표종이다. 한 종의 새가 멸종하면 그를 둘러싸고 있는 80여 종의 생물이 멸종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덕적도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재작년 덕적도와 인근 섬에 자라는 소나무의 솔잎혹파리 등 병충해가 발생하였다. 소나무에 발생한 병충해의 확산을 방지하려고 항공기로 살충제를 뿌렸다. 그 후로 덕적도에 갈 때마다 보였던 황조롱이나 말똥가리와 같은 맹금류를 볼 수 없었다. 살충제 살포로 소나무 병충해는 막았는지 모르지만 이로 인해 숲의 생태계가 망가져, 건강한 먹이사슬 체계가 무너져 최상위 포식자인 매와 맹금류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직장에 가거나 학교에 또는 일을 보러 나간 사이에 누군가가 우리의 집을 부숴 버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철새에겐 갯벌이, 습지가, 숲과 들이 잠시 떠났다 다시 돌아올 집이다. 여름을 나거나 겨울 추위를 피해 잠시 생활의 터를 옮겼을 뿐이다. 그 집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인이 없는 게 아니듯 숲과 들 갯벌과 습지에 새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인이 없는 게 아니다.
유엔환경계획이 창설된 1972년 이후에 송도 1,700만 평, 청라 1,300만 평,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으로 400만 평 등 여의도 면적의 43배 이상의 인천갯벌이 대규모 매립으로 사라졌다. 인천 갯벌은 철새들에게는 먹이터이자 쉼터이며, 새끼를 키우고 가르치는 학교이자 사람에게는 기후위기로 인해 급증한 자연재해에 대한 완충장치이자 기후위기를 방지할 훌륭한 탄소흡수원이다. 이렇게 소중한 갯벌이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고 사라진다면 그 결과에 따른 재앙은 단지 철새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닥칠 것이다.
세계 철새의 날 우리는 철새에게 닥친 위기를 걱정하지만 그 상황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천의 갯벌을 보호하고 우리 주변의 생태계를 보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속화하는 기후위기로 인해 오랫동안 정착하여 살던 곳이 하나둘 사라져 새로운 삶터를 찾아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야만 할 것이다.
2023년 5월 12일
인천환경운동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