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고 현장에 주인은 없고, 낯선 객들만”
이흥규 경기정책연구원 원장
“사고 현장에 주인은 없고, 낯선 객들만”
어제 양주에서 사고가 났다는 보도를 접하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29일 오전 10시경 은하면 삼표산업 채석장이 붕괴해 3명이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출입은 봉쇄됐고 소방차와 구급차, 그리고 수색을 위한 굴삭기만 줄줄이 오가고 있었다. 사고 현장엔 벌써 수십명의 중앙 언론과 지역 언론 기자들이 나와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후에 양주소방서 책임자 현장 브리핑으로 2명이 사망했고, 1명은 계속 수색 중인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낮 익은 얼굴들은 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바로 전날 양주시 모 주민편의시설 개관식에는 양주시 부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도의원, 시의원 전원이 참석해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현 양주시장은 지병을 핑계로 시정을 완전히 팽개친지 벌써 2년이 넘었다. 6월까지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생색 내는 곳엔 빠짐없이 참석하고, 책임질 곳은 애써 외면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같은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고가 발생한 삼표산업은 지난해에도 포천사업소와 성수공장에서 각각 1명씩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회사다. 뉴스에 나오는 토목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니, 붕괴사고는 간단한 지질조사만으로도 충분히 예방가능하다고 한다. 이달만해도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몇 달전 일산 상가 싱크홀 사고 등 이 정부에서 끊이지 않는 인재로 안한 안전사고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고용노동부는 며칠 전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며 사업자 탓만 하고 있다. 안전사고는 법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인재다. 잘 못된 정치는 국민들에게 인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흥규 경기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