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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DMZ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황은주 (자연환경국민신탁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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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1.29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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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은  주
(자연환경국민신탁 상임이사)

인류는 그 기술로 자연을 보전하고 복원하기도 하지만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제공하는 편익, 즉 자연혜택을 유럽에서는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s)로 정의한다. 미국 환경청에서는 같은 것을 생태계 '재화 및 서비스’(goods and services)라고 부른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냉전체제가 지속되는 비무장지대(DMZ)는 한편으로는 개발장애로 인식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생물군계(biome) 내지 생태지역(eco-region)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태계서비스 산실로 작용할 수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공급서비스·조절서비스·지지서비·문화서비스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토양형성, 물질순환, 물의 순환, 서식지 제공, 경작·수렵·채취·방목, 독특한 경관, 레크리에이션, 휴양, 생물자원, 맑은 공기와 물, 연료, 풍수해 조절 및 미사용 가치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생태계서비스는 무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재화로 간주되었으나 도시의 팽창과 개발의 가속화로 인하여 자연환경용량이 침해되면서 서비스 기능이 저하되자 이를 인위적으로 복원·증진시키려는 노력들이 시도되었다.
  생태계서비스는 비교적 최근의 개념이다. 1970년대부터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의 가치를 제고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나이로비회의(2000년)에서는 인류를 지구 생태계의 통합적 요소의 하나로 인식하는 생태계접근법에 따라 토지, 물 및 자연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새천년생태계평가보고서(2005)는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관심을 촉구한다.  생태계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수요자)들이 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토지·산림·해양의 소유자·관리자나 지역주민들과 생태계서비스를 공유하고 이를 환경보전과 연동시키는 이른바 생태계서비스의 가치화와 그 제도화가 요청된다. 수혜자들이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정부가 부담한다. 하지만 정부만의 노력으로 환경과 생태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환경비용의 부담에 민간의 참여가 요청된다.  생태계서비스 지불(payment for ecosystem service: PES)은 생태계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이다. 생태계서비스 지불 프로그램은 생태계서비스 이용자와 생태계서비스 공급자 모두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며 또한 생태계와 생태계 관련 자연자원에게도 혜택을 준다. 하지만  현행 환경법제는 생태계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와 수요자들 사이의 공평한 향유를 실현시키지 못한다. 2012년의 생물다양성법은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보전에 중점을 두었다. 생태계서비스의 개념과 범주를 설정하고 시장과 공동체에서의 거래체계의 구축에 대하여서는 언급이 없었다. 종전의 법은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를 실시하였으나 생태계서비스를 독자적 개념으로 보지 아니하였다.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생물물리적 구조로부터 유출되는 서비스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입법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외래종 침입 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의 양과 질이 저하되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생태계서비스)이 급격하게 감소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고려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에의 반영이 미흡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는 금년 11월 14일에 생물다양성법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생태계서비스지불제로 바꾸었다.  개정법은 생태계서비스의 개념을 정의하고, 관련 연구 및 기술개발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정책과 연계하려는 국제사회의 추세에 대응하며, 생태계서비스를 증진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을 보상하는 등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자연혜택을 지속가능하게 제공하고자 한다. 개정법은 국제관례에 따라 생태계서비스를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공급·조절·지지·문화의 4가지 서비스로 분류하고, 정부로 하여금 생태계서비스를 측정하고 그 가치와 변화를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2조 및 제9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각종 보호구역 등이 보유한 생태계서비스의 체계적인 보전 및 증진을 위하여 생태계서비스 공급자 또는 관리자에게 생태계서비스 보전 및 증진 활동에 대해 보상할 수 있도록 수권하였다(제16조). 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와 관련된 연구와 기술개발을 추진하도록 명하며, 생태계서비스 측정 및 평가에 관한 사업에 대해서 국고를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26조, 제27조, 제31조).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2020년 후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신탁법에 따른 국민신탁법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기구가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 이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개정법 제16조제4항). 그러나 우리나라는 부처들의 관할권에 따라 생태공간이 육상과 산림 그리고 해양 등으로 관리되고 있어 생태계서비스의 체계화가 환경부 관할의 육상에 머무르기 쉽다. 산림청은 그동안 임업에 대한 입장 때문에 산림 생태계서비스 즉 산림자원의 공익적 기능으로 나아가지 못하다가 최근에 산림복지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취약계층들에게 산림휴양 등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산림 등 육역에 비하여 해양 생태계서비스는 갯벌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달이 더디다. 해양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도 다양하고 풍부함에도 종래 이해관계자들은 해양 생태계서비스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용하고 이를 유지·증진시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다. 예컨대, 다이빙 구역을 둘러싸고 어촌계와 다이버들이 갈등을 빚어왔음도 따지고 보면 바다가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를 해산물이라는 공급서비스 관점에만 국한시키고 조절서비스 또는 문화서비스의 공유를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DMZ를 개발의 무대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서비스의 보고로 삼을 것인가는 객관적인 비용편익분석을 요한다. DMZ는 지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다. 오히려 한반도의 동서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로서 또 앞에서 살펴본 생태계서비스의 근원으로 활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DMZ를 환경친화적으로 보전·이용한다고 하여 경제개발이 불가능하지 아니하다. DMZ를 관통하는 철도·도로·송전선·송유관 등의 경제통로들을 지상이나 지하로 건설하면 생태통로를 단절하지 아니하면서 DMZ를 이용할 수 있다.   DMZ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두루미·사향노루 등 야생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개발바람을 타고 민통선(CCZ)이 북상함으로서 서식지들이 축소되고 농림어업과 같은 전통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서식지로 기능하는 농지들과 내수면들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농업인들과 어업인들이 사라지면 이들이 조성·기여한 DMZ와 CCZ의 생태계서비스도 사라질 것이다. 내륙의 각종 산업단지들의 가동률이 떨러지고 산업집적화도 여의치 아니한 상황에서 토목·건설 이익에 치중함은 백년대계가 아니다. 생태계서비스를 활용하여 DMZ의 보전과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 본 기고문은 뉴스매거진2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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