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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시민 관찰]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유시민 작가     KBS2 시사비평 프로그램 <더 라이브>에 갔더니 진행자가 물었다. “보수정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 여전히 유효한가요?” 어떤 시민이 거리에서 나를 붙들고 말했다. “정말 나라 안 망하나요? 망할 것 같아 무서워요.”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대한민국, 멍들고 상처 난 건 맞습니다. 그러나 아직 뼈가 부러진 건 아닙니다. 이 정도론 죽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하겠다.카를 포퍼의 위로20세기의 대표적 자유주의 철학자 카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플라톤을 강력 비판했다. 핵심 사유는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정치문제의 중심에 둠으로써 정치철학의 지속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누가 나라를 다스려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길게 생각할 필요 없다. 누구나 가장 선하고 현명한 사람이 다스리는 게 최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플라톤은 그런 통치자를 ‘철인왕(哲人王)’이라고 했다. 바보나 악당이 다스려야 한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플라톤의 문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인문학에서는 답이 뻔한 질문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포퍼는 쓸데없는 질문을 진지하게 다루었다고 플라톤을 비판하면서 정치철학이 다루어야 할 질문을 제시했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가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려면 정치제도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포퍼는 인간과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애쓰는 철학자였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통치자를 정하든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을 만큼 선하고 현명한 정부를 세우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쁜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에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정치제도를 만들어 두는 게 현명한 처사 아니겠는가.20세기 들어 문명국가는 대부분 선거로 권력자를 뽑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가 한 표씩 행사하는 선거제도는 가장 선하고 현명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또는 사악한 동시에 무능한 인물도 표를 많이 받기만 하면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이론적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최악의 인물을 권력자로 선출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포퍼가 내놓은 답은 권력의 제한과 분산이었다. 권력자가 법률이 부여한 권한 범위 안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통치하도록 하는 법치주의, 선출 공직자의 임기 제한, 언론‧표현‧집회‧시위 등 시민의 기본권 침해 금지, 삼권분립과 상호견제 같은 것이다. 이런 것은 무능하고 사악한 권력자의 해악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최대의 선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문명의 표준이 되었다.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나라를 멍들게 하고 있지만 뼈를 부러뜨리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국회의 입법권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큰 틀에서 바꿀 수 없다. 시민단체와 독립 언론이 헌법의 기본권을 활용해 권력의 부패를 파헤치고 전횡을 고발함으로써 시민들의 비판의식을 고취한다는 사실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포퍼는 독재와 민주주의를 가르는 기준도 제시했다. 다수 국민이 마음먹을 경우 언제든지 권력을 합법적으로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 그게 불가능하면 독재다. 그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사회임에 분명하다. 나라가 망하는 것 같다고 탄식하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싶어서 카를 포퍼의 이론을 소개했다. 우린 아직 괜찮다. 170석이라는 희망사항윤석열 대통령은 늘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측근으로 알려진 국무위원들과 여당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양평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대통령 처가 소유 토지와 무관하다면 노선을 바꾼 합리적 이유를 설명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면 된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야당을 욕하면서 사업을 아예 그만두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다른 장관과 장관급 공직자들도 툭하면 자리를 걸겠다면서 야당도 뭘 걸라고 외쳐댄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야당과 대화하지 않는다. 오로지 비난하는 데 전력을 쏟는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횟집 수족관 짠물을 들이키면서 일본 대변인 노릇을 한다. 동네마다 내건 현수막 문구는 사실도 논리도 없어서 비평이 불가능하다. 눈으로 욕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그런 와중에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겠다고 호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용산의 참모들이 대통령 심기 관리를 위해 꺼낸 이야기일 것이다. 심기 관리에 그런 말이 왜 필요할까? 추측컨대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은 되는 일이 없다고 울분을 터뜨릴 만한 상황이다.주 69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안 되었고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게 하지도 못했다. 야간 집회나 대통령실 근처의 소란을 막기 위한 집시법 개정도 안 되었다. 검찰을 동원해 1년 넘게 물어뜯었는데도 국회는 야당 국회의원 체포동의 요구를 모두 부결했다.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려고 했는데 실제로는 야당 초선 의원 하나도 잡아넣지 못했다. 곧 열릴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두고 야당과 또 싸워야 하는데 여당 의석이 적어서 힘을 쓰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가 의결할 ‘노란봉투법’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들은 또 앞을 다투어 대통령을 물어뜯을 것이다. 연말까지 총선에 출마할 국무위원들이 사표를 내야 하는데 후임자를 구하기 어렵다. 야당은 온갖 것을 트집 잡아 장관 후보자를 비방하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독자들만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도 위로받아야 할 상황이다. 내가 카를 포퍼의 말로 독자들을 위로하는 것처럼 용산의 어떤 참모들은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고 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그것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대통령을 위로했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정성이 갸륵하다.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대통령은 따스한 위로와 함께 냉정한 충고도 듣는 게 바람직하다. 나는 일개 야인인데도 지난 총선 직전 야당이 180석을 얻는 것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가 국힘당과 재벌언론‧족벌언론‧건설사언론에게 치도곤을 당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희망사항은 마음에만 간직하시라.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직은 지나치게 안녕하다. 용산 대통령실의 건투를 빈다.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유시민의 관찰mindle@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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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2
  • [유시민 관찰] 손절(損切)의 정치학
      그런데 대통령과 참모들은 여론을 무시한다. 주 69시간 노동제부터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대일 대미 굴종 외교, 탈중국 노선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폭발까지, 정부 여당이 선택한 정책은 대부분 다수 국민의 뜻에 어긋났다.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한 어느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지지율이 10퍼센트가 되더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총선이 1년 앞인데도 국민의힘은 인기 없는 대통령을 무조건 추종한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는 '옛 성현의 말씀'을 들을 필요가 있다. 처음 보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다 예전에도 있었던 일이다.먼저 고대 그리스 사람 플라톤의 말을 들어보았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고유의 텔로스(목적)가 있다. 국가의 텔로스는 정의(正義)다. 정의를 실현하려면 주권을 철학자에게 맡겨야 한다." 플라톤은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를 정치철학의 중심 문제로 설정하고 '현자(賢者)의 지배' 또는 '철인정치(哲人政治)'를 답으로 내놓았다. 그가 생각했던 정의와 오늘날 우리가 널리 받아들이는 정의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점은 논외로 하자.윤석열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만 그렇다. 주관적으로는 플라톤의 '철인왕'일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선과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 여론조사는 야당과 좌파의 선동과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대중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지표일 뿐이야. 최대한의 선과 정의를 실현하려면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해. 역사는 내가 옳았음을 증명할 거야."(1) 대통령은 양자(陽子, quantum) 관련 정책회의에서 장시간 전문적 물리학 지식을 쏟아냈다.(3) 대통령은 정치인‧교수‧기업인‧종교인‧기자‧유튜버와 수시로 통화하고 텔레그램으로 소통한다.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플라톤이 말한 '철학자'라면 좋겠다. 그러나 어쩌랴, 그렇다는 증거가 없으니. 나는 그가 선과 정의에 대해 우리 헌법이나 상식과는 무척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는 현자라는 확신을 품고 만사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해 왔다고 본다. 그래서 다음 질문을 떠올린다. '주관적 철인왕'의 폭주를 누가 어떻게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대답한 사람이 있었다. 20세기의 대표적 자유주의자 카를 포퍼다.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플라톤을 강력 비판했다. 옳지만 아무 쓸데없는 질문으로 정치철학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포퍼는 말했다. "누가 다스려야 하느냐고? 답은 뻔하다. '가장 선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거짓말쟁이, 바보, 사기꾼, 선동가, 난폭한 자라고 대답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정치철학은 나쁜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를 다루어야 한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또는 사악하면서 무능한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려면 정치제도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 이것이 올바른 질문이다."어떤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인가? 다수의 국민이 마음먹을 때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다. 그런 제도가 없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악하거나, 무능하거나, 사악한 동시에 무능한 인물이 권력을 차지했다고 해서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고장 난 것은 아니다. 그런 결과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민주주의 정치 게임의 일부다. 민주주의는 그런 상황에서도 위험을 관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면 '주관적 철인왕'의 폭주를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다. 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그 일을 어느 정도 잘 해나가는 중이라고 본다.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리 더 달리고 싶어도 2027년 5월 9일에는 멈추어야 한다. 게다가 야당이 압도적 다수의석을 가진 국회가 입법권으로 대통령의 폭주를 막고 있다. 야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의료법, 방송법 등을 의결해 국가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바꾸려고 한다. 대통령의 친구인 행안부 장관을 탄핵해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무능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소위 대장동 '50억 클럽 특별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신속처리 절차에 올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해 입법권을 무력화했던 대통령이 다른 법률안과 특검법안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대통령을 지지해 그 모든 입법안을 다 무산시킬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도 입법이 필요한 일은 전혀 할 수 없게 된다.'주관적 철인왕'에게 가장 큰 위험은 여당의 '손절'이다. 대통령은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간택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혹시라도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대통령을 추종하고 있다. 그러나 올 가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 수도권과 충청권 총선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영남을 비롯한 국민의힘 강세 선거구를 친윤 정치지망생이 독식하려고 대들면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당 정치인이 생길 것이다. 내년 총선 결과가 매우 좋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게 당적 이탈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총장 직을 이용해 자신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과 대결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개척했던 윤석열의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이 발탁한 누군가가 그대로 따라 할지도 모른다."한국을 봐. 저런 게 바로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강점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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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08
  • [민들레칼럼] “대통령 무능이 IMF 같은 재난 부를까 겁나”
    유시민 작가 우리나라의 2022년 거시경제지표 몇 가지를 2021년과 비교해 보자. 경제성장률은 4.1%에서 2.6%로 하락했다.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4.3% 늘어난 4220만 원이었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3만 5373달러에서 3만 2661달러로 줄었다. 연평균 달러 환율이 1144원에서 1292원으로 12.9%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3000을 찍었던 종합주가지수는 2500 선으로 떨어졌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852억 달러에서 298억 달러로 감소했다. 7월 이후 계속 적자를 낸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성장률 2.6%보다 현저히 낮은 1.5% 안팎이 될 전망이다. 한때 전년 대비 9%까지 올랐던 물가상승률은 4% 수준에서 고착되는 양상이다. 올해 1월 경상수지는 월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대인 4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번 주 통계가 나오는 2월 경상수지도 확실한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통령의 헛소리 윤석열 대통령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논의한 3월 29일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았다. 왜곡했다고 시비를 걸지 몰라서 대통령의 참모들이 내용을 정리해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요약했다.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교역대상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로 인해 수출이 부진하고 경제가 어렵다. 위기에는 ‘민생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물가 안정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수출과 수주의 확대’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자세로 뛰었다. 이제 ‘민생안정’과 ‘수출 확대’ 노력에 ‘내수 진작’을 더해야 한다. 음식‧숙박‧관광을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려면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항공편을 늘리고 관광과 문화를 연계하고 전통시장을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지자체‧민간이 함께 비상한 각오로 뛰자.” 지난해부터 경제가 어려워졌고 주요 원인이 대외 경제여건 악화라는 것은 다툴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물가안정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무엇을 했으며 어떤 성과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 수출과 해외수주를 확대했다는 건 한마디로 ‘헛소리’다.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최근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은 중국 수출 부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작년 5월 한중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중 경상수지가 적자를 냈다. 그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이었던 중국이 최대 무역적자국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그 사실을 모른 척하고 친윤언론은 보도를 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 실익 없이 ‘탈중국’을 외치며 미국의 중국봉쇄 정책에 끼어든 결과라는 지적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대책을 내놓겠는가. 시늉뿐인 대책 윤석열 대통령이 알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게 아니어서 ‘헛소리’라고 했다. 아마도 참모가 써준 말씀자료를 ‘영혼 없이’ 읽었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는가? 비상경제민생회의라는 이벤트의 성격을 아는 사람은 다 그렇게 본다.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개회의는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모으는 절차가 아니다. 대통령의 정책 참모와 공무원들이 협의해 만든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이벤트다. 정말 토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비공개로 한다. 장관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경제부총리와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 금융위원장, 관세청장이 참석한 것은 토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위세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보고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보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또는 ‘허무개그’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래 대책의 내용 역시 내가 정리한 게 아니라 대통령실의 보도자료를 요약한 것이다. ▲대규모 이벤트와 할인행사 연속 개최 ▲지역관광 콘텐츠 확충 ▲근로자 등의 국내여행비 지원을 확대 ▲연가 사용 촉진 ▲K-ETA(전자입국허가서) 한시 면제 ▲일‧중‧동남아 외국인 한국관광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강화 ▲ 먹거리 등 핵심 생계비 부담 경감 언론은 국내여행비 지원 사업을 야단스럽게 보도했다. 회의에서 보고한 대책 중에서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은 그것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다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몫이거나 돈이 들지 않는 ‘비예산사업’이라 그랬을 것이다. 여행경비 지원이 국내여행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사업의 규모다. 저임금 노동자 백만 명에게 숙박비 3만 원을 지원하고 최대 19만 명에게 휴가비 10만 원을 주는 그 사업의 예산은 6백억 원이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시늉만 하는 것이다. 2022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이 얼마인가? 2150조 원이다. 6백억 원은 국내총생산의 0.0028%다. 재정지출은 소위 ‘승수효과’를 낸다. 최근 총저축률이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니까 승수효과를 넉넉하게 3이라 하자.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이 정책은 1800억 원 규모의 총수요를 창출해 경제성장률을 0.0084% 올릴 것이다. ‘비상’경제민생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코끼리 비스킷’도 못되는 사업을 내놓다니, 최소한의 수치심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국민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경제정책에 전적으로 무지한 대통령의 심기를 돌보는 데 필요한 사업 아이템일 뿐이다. 무언가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혼자 만족하라는 것이다. 의미 있는 정책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이 그런 목적으로 써준 말씀자료를 그대로 읽은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국내외 관광 활성화 대책을 보고 받고 있다. 2023.3.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어두운 경제전망 대통령이 수출 확대와 내수 진작을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옳은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말씀자료를 써준 사람은 케인즈주의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정직한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온전하지도 않은 말씀자료를 올렸다.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 경제학원론 수준의 국민소득 결정 방정식으로 설명하겠다. Y = C + I + G + (X-M) Y:국민소득, C:민간가계의 소비지출, I:기업의 투자지출, G:정부지출, X:수출, M:수입 여기서 중요한 건 사회의 총수요를 보여주는 방정식의 우변이다. 케인즈주의자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본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면 총수요가 감소하고 국민소득은 줄어든다. 작년 하반기에 경상수지(X-M)가 심각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수출 확대를 강조했고 영업사원을 자임했다. 그런데 그는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 대중 무역적자라는 사실을 감추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랬다면 더 큰일이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생긴 현상이니 정치적 해법이 필요한데,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미국과 일본의 하청업체가 되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풀 방법이 없다. 경상수지 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정부지출(G)은 정부와 국회가 결정한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예산으로 일했고 올해 처음으로 자신들이 세운 예산으로 사업을 하는 중이다. 2023년도 국가예산은 639조 원 수준으로 증가율이 지난 정부 때보다 현저히 낮았다. 정부는 보수정권답게 소극적 재정정책을 편다. 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마음껏 하진 못했지만 법인세와 종부세 등 일부 부자 감세를 했다. 그런데 올해 1월과 2월 두 달 동안 불경기와 부동산 거래량 감소 등으로 인해 국세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조 원이나 적게 걷혔다. 그러니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재정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방정식 우변의 정부지출(G)은 늘어나기 어렵다. 부자감세를 추진한 논리는 기업의 투자지출을 북돋운다는 것이었는데, 법인세를 크게 인하한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지출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에 결정적인 것은 이자율이다. 그런데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쓰면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이자율이 올랐다.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웠던 시기에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이 이런 고금리 시대에 법인세를 내렸다고 해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우변의 투자지출(I)은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1997년의 악몽 방정식의 우변을 키우려면 민간가계의 소비지출(C)을 늘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무엇이 소비지출을 결정하는가?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시장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뺀 가처분소득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소비성향’은 소득이 낮을수록 높다. 그래서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에게 숙박비와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낸 것이다. 방향은 옳다. 규모가 장난 수준이라 하나마나여서 그렇지. 왜 옳은 정책을 장난 수준으로 할까? 제대로 하려면 이념적 정치적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가계의 소비지출을 진작하기 위해 중산층과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은 민주당의 정책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보편 복지, 지역화폐, 최저임금 인상, 무상급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도입, 노인장기요양보험 설립 등 민주당 정부의 주요 정책은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올려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정도 차이가 있었을 뿐 방향은 같은 정책을 썼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정책이 나라를 망친다고 주장하면서 권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보수의 정책노선을 ‘줄푸세’로 정리했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정책 피해자가 반발하면 법질서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때려잡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확하게 그 길을 가고 있다. 국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서 마음먹은 만큼 속도를 내진 못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 안팎에서 조롱받고 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굴종적인 태도로 임했던 한일정상회담, 블랙핑크 만찬공연 보고 누락을 이유로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외교안보팀을 폭파한 일 등으로 1층에 있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다. 그런데 나는 그를 조롱하지 못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스운 사람이 아니라 무서운 사람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과 태만이 1997년과 비슷한 재난을 불러들이는 게 아닌가 싶어서 겁이 난다. 박정희도 전두환도 무섭지 않았던 내가 윤석열 대통령을 무서워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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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12
  • [칼럼]국가지정문화재, 두루미잠자리 추가지정해야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이석우 대표       연천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지정 관련 민통선 밖 군남댐 하류 주요잠자리 추가지정해야..   연천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지정 관련 검토중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1194-1 외 민통선 밖인 군남홍수조절댐 하류 두루미 잠자리에 관해 추가지정을 요청한다. 지난 2000년부터 연천 임진강 일대의 두루미 모니터링과 보호활동을 하며 2014년까지 10년간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매년 실시하는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에 참여한 바 있다. 초기에는 연천군 중면 삼곶리 장군여울과 빙애여울에서 월동하며 먹이활동과 잠자리를 이용했었다. 2000년 한 가족 개체가 월동하다가 점차 늘게되어 현재와 같이 1천여 개체가 넘게되었다. 지난 해 12월부터 금년 1월15일, 2월18일,3월27일 두루미 조사를 마치기도 했다.  동시센서스와는 별도로 1월15일 서울시립대와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로 두루미 348개체, 재두루미 722개체,검은목두루미 1개체로 총 1,071개체가 확인되었다. 그중 군남댐 하류 지역에서 두루미 47개체, 재두루미 87개체 등 총 134개체가 확인된 바 있다.  특히 이번 겨울들어 이곳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개체가 급격히 늘어 20여차례 이상 관찰한 결과 두루미 잠자리로 확인되었다.(동영상, 사진자료 기록보관) 최근 민통선 내에서 활동하던 두루미류 이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첫째, 군남댐 담수로 인한 장군여울 수몰로 잠자리와 휴식지가 사라진 점이다.  10월부터  이듬 해 5월까지 담수하는 기간과 10월말부터 3월말까지 두루미 월동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담수전 장군여울은 물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져 여의도와 같은 섬 형태로 되어 있어 면적도 넓고 삵과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천혜의 잠자리이다. 현재 많은 개체가 잠자리로 이용하는 빙애여울 보다 안전한 잠자리이기 때문이다. 빙애여울의 경우 많은 때에는 6~700여 개체가 밀집되어 몰려있기 때문에 일부 개체들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곳을 찾다보니 군남댐 하류에 오지않나 생각된다.    둘째, 두루미 월동지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사진가들이 몰려들어 촬영을 위해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두루미를 위협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2년전에는 빙애여울을 떠나 오랫동안 비무장지대에서 잠을 자기도 한 적도 있다. 근래에는 연천지역에 ASF로 인해 민통선지역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군남댐 하류 잠자리로 사진가들이 몰려들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두루미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 생각된다. 셋째, 군남댐 하류 두루미 잠자리는 군부대의 출입통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임진강을 찾아온 야영객과 낚시꾼, 수석 수집가들로 인해 두루미들의 안전한 잠자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최소한 군남댐에서 북삼교 사이 1km구간을  연천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지정 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이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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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4
  • [칼럼]아! 수레여울(車灘川)
    최병수 연천문인협회 회장   1995년에 발행된 『향토사료집(연천문화원)』 「지명유래」편에는 수레여울에 대한 유래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수레여울(車灘, 수레울)  : 공굴다리 북쪽, 장진천에 있는 여울. 조선 개국 초 연천읍 현가리 도당골에 은거했던 고려 진사 이양소(李陽昭)를 만나기 위하여 연천으로 친행하던 태종의 어가(御駕)가 이 여울을 건너다 빠졌다하여 ‘수레 여울’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秋雨半晴 人半醉 가을비 멎으면서 반쪽  하늘 개었는데, 사람은 술기운에 반쯤 취했네. 暮雲初捲 月初生 저녁 구름 걷어지며 초저녁달이 떠오르네.위 칠언절구는  1800년대 만들어진 『연천현읍지(漣川縣邑誌)』(서울대 규장각 소장) 「총묘(塚墓)」편 ‘이양소 묘’에 기록된 내용으로, 태종 6년(1406) 연천을 방문한 태종이 고려 말 동문수학한 옛 친구 이양소(李楊昭)를 만나 술을 함께 마시며 주고받은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이 때 이양소를 만나기 위하여 거가를 타고 장진천(漳津川)을 건너다 여울에 빠지는데 이 여울이 바로 수레 여울(車灘)이다. 두 사람이 만난 이야기는 조선 영조 때 연천현감을 지낸 신유한(申維翰)의 「청천집(靑泉集)」, 정조 때 홍문관, 예문관 양관의 대제학을 지낸 홍양호(洪良浩, 1724~1802)의 문집인 이계집(耳溪集), 역시 정조 때 규장각 검서관을 역임한 포천 출신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의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조금씩 다르지만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이를 보더라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후세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태종은 조선 건국 후 개경을 등지고 은둔했던 이양소가 거의 15년 만에 자신 앞에 나타나 준 것이 너무 기쁘고 반가웠다. 두 사람은 고려 우왕 8년(1382) 진사시험에 같이 합격한 사마동방(司馬同榜)이면서도 나이도 동갑(정미생. 1367년생)이었다. 곡산 청룡사와 성균관에서 함께 학문을 연마하다가 의기가 투합하면 개경의 기생집도 함께 다닐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역성혁명의 주역으로 조선의 임금이 되고, 한 사람은 불사이군의 마음으로 산속으로 은둔했다. 태종은 다정했던 옛날을 생각하며 술을 가져오라고 해서 이양소에게 술을 내려주며 함께 마시며 이양소에게 연구(聯句)를 짓자고 제의한다. ‘추우반청(秋雨半晴)~’로 시작되는 태종의 연구(聯句)는 새로운 왕조에 하루빨리 동참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양소의 대구(對句), ‘모운초권(暮雲初捲)~ ’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뜻으로 생각되는데,(필자의 짧은 소견임) 이양소는 대구의 마지막 연(聯) ‘월초생(月初生)’을 읊으며 태종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한다. 월초생은 송도(松都)의 유명한 가기(歌妓:노래를 잘 부르는 기생)로 이방원이 젊어서부터 가까이한 행희(幸姬:마음드는 여자, 군주의 첩) 그러나 태종이 권력을 잡은 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는지 월초생은 일찍 죽었다. 이양소가 대구(帶鉤)에서 월초생을 언급하자, 태종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이양소의 손을 잡고 거가에 오를 것을 명한다. 이양소가 극구 사양하며 오르지 않자, 태종은 그 자리에서 이양소에게 곡산부사직을 제수한다. 이양소는 엎드려 절하며 사례를 올리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헤어져 태종은 한양으로, 이양소는 도당골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양소는 곡산부사로 부임한 지 3일 만에 소를 거꾸로 타고 연천 도당골(현가리)로 돌아와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수레여울(車灘)은 우정, 충절의 의미를 생각게 하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있는 역사의 현장이며, 수레여울에서부터 전곡읍 삼형제 바위 앞까지 이어지는 차탄천은 지난 7일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한탄강의 지천으로서 빼어난 명소이다. 이전에는 차탄천 계곡이 험난하여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비경(祕境)으로 남아 있었으나, 2015년부터 ‘차탄천 에움길’이라는 미명아래 지속적인 파괴가 이루어져 지금은 본래의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근래에는 오폐수차집관로를 설치한다고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동원하여 엄청나게 파괴하더니,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한다고 대형 굴삭기와  20톤이 넘는 카고 트럭이 드나들며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볼 수 없는 경관을 간단없이 망가뜨리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의 무단출입을 방치함으로써, 야영, 낚시꾼들의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어 과연 이 곳이 지질명소인가 개탄의 소리가 절로 난다. 차탄천 지질명소의 많은 부분이 파괴된 공사현장에서 엄청난 중장비의 굉음을 들으면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사를 하는 것인지?”, 연천군에 목 놓아 소리쳐 묻고 싶다.  최병수 <연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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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23
  • [취재수첩]말뚝이 되어 버린 단풍나무
       동두천시 보산주공아파트, '낙엽 떨어진다' 민원에 30년된 단풍나무 44그루 싹뚝      지난 19일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주공아파트에 1990년4월15일 준공 당시 심었던 44그루의 단풍나무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됐다. 단풍나무는 아파트 5층 높이의 크기로 아파트를 아늑하게 감싸주며 주변 소음과 여름철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막이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우거진 녹음과 함께 박새,곤줄박이,쇠박새,진박새,쇠딱따구리와의 소통공간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동두천시 공원녹지과 소속 산불감시 진압요원들이 출동해 가지치기를 한다는 명분으로 30년된 단풍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동두천시 관계자에 의하면 "인근 빌라주민들이 아파트내 식재된 단풍나무에서 담장밖 도로로 낙엽이 많이 떨어져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또한 입주자대표 측에서도 지난 해부터 줄곧 가지치기를 요구해 왔다는 이유로 동두천시 예산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작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산불감시요원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면서까지 공공장소도 아닌 사유지역에서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무를 수행한 것이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에 의하면 가지치기 작업을 위해서는 수백여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동안 자체인력으로 최소한의 가지치기 작업이 이루어져 왔으나 이번 같은 규모의 작업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로 가지치기 작업이 강행된 것이다. 시청 담당공무원도 작업현장에 나가 지켜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업자들에게 가지치기를 적정한 수준으로 할 것을 지시했지만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가 "가지를 더 자르라는 강한 요구로 거절하기 어려워 이런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민원이라 할지라도 공적인 영역에서 처리할 것이 있고,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애당초 처리할 수 없는 일을 힘 있거나 영향력이 있는 민원인의 강한 압력으로 처리해 준다면 과연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질까? 아파트 입주민들의 대표성이 있다는 사람은 얼마나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을까? 전체 입주민중 몇명이 동의하는지 몇명이 반대하는지 증빙할 수 있는 근거도 없이 주민들의 의견이라며 다짜고짜 목소리만 높여 가지치기를 강행한 것이다. 아마 처음으로 작업하는 일이니 만큼 내년,후년을 대비해 더욱 깊게 잘라달라고 요구하며 그만큼 경제적인 이득을 계산했을 것이다. 더우기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통장'이라는 직책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동두천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가지치기의 정도가 심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서명부라든가 민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다른 곳에서도 아파트내 가지치기를 요청하면 모두 들어줄 것인가? 공공기관이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나쁜 의도를 가진 특정민원인의 편을 들어준다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로 인해 30년 전 아파트가 처음 건설될 때부터 조성한 나무 수십그루가 불과 며칠사이에 무성하던 모습을 잃은 것이다. 나무보호를 위해서는 특정 개인의 욕심으로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 제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낙엽이 많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건너 편 아파트 안에 있는 나무를 가지치기 해 달라는 이웃 주민들도 너무 이기적이다. 이런 분들이 과연 동두천시 조례로 제정된 '내 집 앞 눈 치우기'나 제대로 할지 의문이 간다.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준다. 나무는 우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를 제공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더불어 도시 열섬 방지, 도시환경 조절, 도시 생태계 연결 역할을 하며, 요즘같이 지구온난화와 황사,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에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는 나무를 보호는 못 할 망정 훼손할 것인가? 가지치기 문제는 우리 지역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무분별하고 주먹구구식 가지치기가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나무의 본래 형태를 괴물로 만들고 경관을 훼손하고 도심을 삭막하게 하는 것에 자치단체가 앞장서고 있다. 뒤늦게 서울시와수원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가로수 경관 조례를 제정해 구체적인 메뉴얼을 정해놓았다. 늦게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최근 SNS상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피해 시민제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147명의 회원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지치기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보고만 있던 입장에서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가지치기 피해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통해 구체적인 메뉴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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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02
  • [칼럼]DMZ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황  은  주 (자연환경국민신탁 상임이사) 인류는 그 기술로 자연을 보전하고 복원하기도 하지만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제공하는 편익, 즉 자연혜택을 유럽에서는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s)로 정의한다. 미국 환경청에서는 같은 것을 생태계 '재화 및 서비스’(goods and services)라고 부른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냉전체제가 지속되는 비무장지대(DMZ)는 한편으로는 개발장애로 인식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생물군계(biome) 내지 생태지역(eco-region)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태계서비스 산실로 작용할 수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공급서비스·조절서비스·지지서비·문화서비스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토양형성, 물질순환, 물의 순환, 서식지 제공, 경작·수렵·채취·방목, 독특한 경관, 레크리에이션, 휴양, 생물자원, 맑은 공기와 물, 연료, 풍수해 조절 및 미사용 가치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생태계서비스는 무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재화로 간주되었으나 도시의 팽창과 개발의 가속화로 인하여 자연환경용량이 침해되면서 서비스 기능이 저하되자 이를 인위적으로 복원·증진시키려는 노력들이 시도되었다.   생태계서비스는 비교적 최근의 개념이다. 1970년대부터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의 가치를 제고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나이로비회의(2000년)에서는 인류를 지구 생태계의 통합적 요소의 하나로 인식하는 생태계접근법에 따라 토지, 물 및 자연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새천년생태계평가보고서(2005)는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관심을 촉구한다.  생태계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수요자)들이 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토지·산림·해양의 소유자·관리자나 지역주민들과 생태계서비스를 공유하고 이를 환경보전과 연동시키는 이른바 생태계서비스의 가치화와 그 제도화가 요청된다. 수혜자들이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정부가 부담한다. 하지만 정부만의 노력으로 환경과 생태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환경비용의 부담에 민간의 참여가 요청된다.  생태계서비스 지불(payment for ecosystem service: PES)은 생태계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이다. 생태계서비스 지불 프로그램은 생태계서비스 이용자와 생태계서비스 공급자 모두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며 또한 생태계와 생태계 관련 자연자원에게도 혜택을 준다. 하지만  현행 환경법제는 생태계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와 수요자들 사이의 공평한 향유를 실현시키지 못한다. 2012년의 생물다양성법은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보전에 중점을 두었다. 생태계서비스의 개념과 범주를 설정하고 시장과 공동체에서의 거래체계의 구축에 대하여서는 언급이 없었다. 종전의 법은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를 실시하였으나 생태계서비스를 독자적 개념으로 보지 아니하였다.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생물물리적 구조로부터 유출되는 서비스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입법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외래종 침입 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의 양과 질이 저하되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생태계서비스)이 급격하게 감소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고려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에의 반영이 미흡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는 금년 11월 14일에 생물다양성법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생태계서비스지불제로 바꾸었다.  개정법은 생태계서비스의 개념을 정의하고, 관련 연구 및 기술개발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정책과 연계하려는 국제사회의 추세에 대응하며, 생태계서비스를 증진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을 보상하는 등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자연혜택을 지속가능하게 제공하고자 한다. 개정법은 국제관례에 따라 생태계서비스를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공급·조절·지지·문화의 4가지 서비스로 분류하고, 정부로 하여금 생태계서비스를 측정하고 그 가치와 변화를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2조 및 제9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각종 보호구역 등이 보유한 생태계서비스의 체계적인 보전 및 증진을 위하여 생태계서비스 공급자 또는 관리자에게 생태계서비스 보전 및 증진 활동에 대해 보상할 수 있도록 수권하였다(제16조). 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와 관련된 연구와 기술개발을 추진하도록 명하며, 생태계서비스 측정 및 평가에 관한 사업에 대해서 국고를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26조, 제27조, 제31조).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2020년 후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신탁법에 따른 국민신탁법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기구가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 이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개정법 제16조제4항). 그러나 우리나라는 부처들의 관할권에 따라 생태공간이 육상과 산림 그리고 해양 등으로 관리되고 있어 생태계서비스의 체계화가 환경부 관할의 육상에 머무르기 쉽다. 산림청은 그동안 임업에 대한 입장 때문에 산림 생태계서비스 즉 산림자원의 공익적 기능으로 나아가지 못하다가 최근에 산림복지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취약계층들에게 산림휴양 등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산림 등 육역에 비하여 해양 생태계서비스는 갯벌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달이 더디다. 해양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도 다양하고 풍부함에도 종래 이해관계자들은 해양 생태계서비스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용하고 이를 유지·증진시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다. 예컨대, 다이빙 구역을 둘러싸고 어촌계와 다이버들이 갈등을 빚어왔음도 따지고 보면 바다가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를 해산물이라는 공급서비스 관점에만 국한시키고 조절서비스 또는 문화서비스의 공유를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DMZ를 개발의 무대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서비스의 보고로 삼을 것인가는 객관적인 비용편익분석을 요한다. DMZ는 지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다. 오히려 한반도의 동서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로서 또 앞에서 살펴본 생태계서비스의 근원으로 활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DMZ를 환경친화적으로 보전·이용한다고 하여 경제개발이 불가능하지 아니하다. DMZ를 관통하는 철도·도로·송전선·송유관 등의 경제통로들을 지상이나 지하로 건설하면 생태통로를 단절하지 아니하면서 DMZ를 이용할 수 있다.   DMZ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두루미·사향노루 등 야생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개발바람을 타고 민통선(CCZ)이 북상함으로서 서식지들이 축소되고 농림어업과 같은 전통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서식지로 기능하는 농지들과 내수면들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농업인들과 어업인들이 사라지면 이들이 조성·기여한 DMZ와 CCZ의 생태계서비스도 사라질 것이다. 내륙의 각종 산업단지들의 가동률이 떨러지고 산업집적화도 여의치 아니한 상황에서 토목·건설 이익에 치중함은 백년대계가 아니다. 생태계서비스를 활용하여 DMZ의 보전과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 본 기고문은 뉴스매거진2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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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0-01-29
  • [칼럼]동두천 성병관리소, 우리의 소중한 자산
    경기북부는 한국전쟁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생활과 삶의 지평이 송두리째 뒤바뀐 지역이다. 전쟁 폐허 위에서 가난과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미군 기지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는 바람에 기형적으로 급성장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70년이 지난 지금 미군 축소 및 재편으로 경기북부는 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미군 기지촌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 중에 위안부들이 있었다. 그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했다. 2014년 6월 미군 위안부 122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고, 2018년 2월 2심 판결은 “담당 공무원 등이 주둔 외국군의 사기 진작과 외화 획득한다는 의도로 성매매를 정당화·조장화하였고, 조직적·폭력적 성병관리는 위법하다. 따라서 기지촌 위안부들의 기본적 인권인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했다”면서 국가가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뉴스매거진21 제3호에서 미군 기지촌 현황과 미군 기지촌 운영을 연대별로 살펴 보았다. 전체 34개 기지촌 중에서 파주 12개, 동두천 3개, 의정부 3개, 양주 1개, 포천 1개로 경기북부는 모두 20개였다. 미군 기지촌 운영은 1950년대 미군 위안시설 지정 및 위안부 일정지역 집결시키기로 합의했고 성병대책위원회 조직했다. 보건사회부는 체계적 관리를 위해 구 전염병예방법을 제정하여 위안부는 1주 2회 건강진단을 받도록 했다. 1960년대 성매매가능한 특정지역 설치 및 관리했다. 보건사회부는 보건소를 통해 성병관리했는데, 보건소를 설치할 수 없는 지역에는 기타 의료기간에 성병관리를 전담하도록 대용진료소를 지정했다. 검진증을 발급받은 위안부는 매주 검진받아야 했고 감염자로 판명되면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치료를 받아야 했다. 등록과 성병검진을 기피하는 여성들을 정부와 미군 합동단속이 수시로 실시되었고 단속된 위안부는 검진증 소지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수용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1970년대 기지촌 정화운동을 추진했고, 기지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 성병관리정책은 성병교육, 성병검사, 엄격한 확인체계 강화 등이었다. 1980년대 이후 기지촌 주변 종합개발계획을 만들어 외국군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출국할 수 있도록 환경을 쾌적하게 한다는 취지로 시행했다. 보건사회부는 성병진료지침을 하달하여 위험집단을 중심으로 강제검진과 치료를 시행하도록 했다. 성병진료소의 기능은 점차 저하되었고, 성병관리소도 수용이 아닌 통원치료를 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동두천시 상봉암동 8 이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병관리소가 있다. 일명 ‘몽키하우스’라고 불린다. 1981년 7월 1일 경기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제정한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설치’ 조례 제14호를 동두천시가 공포하였다. 동두천시 소요동에 둔다고 명시되어 있다. 1981년이나 1982년에 건립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은 2층 건물이 방치되어 있어 흉물스럽고 스산하기만 하다. 토지는 6,374.8㎡이며 모 학교법인 소유로 되어 있다. 동두천시에 부지활용 계획이 있는지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정보 부존재’라는 답변을 받았다. 앞으로 이 건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이대로 내버려 둔다. 둘째는 부셔 버리고 멋진 건물을 짓는다. 셋째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증거할 건물을 잘 보존하고 기린다.     소요산 입구에 들어서면 자유수호평화박물관 입구 바로 우측에 성병관리소가 있다. 더구나 남쪽에 인접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연 관람객 16만 명이 방문하는 대표적 명소로 자리매김했고 올해 1월부터 경기도가 이관받아 전국 최고 수준의 어린이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한 작년 12월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남쪽 지역을 기업·가족단위 숙박 체류형 힐링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동두천시는 민선7기 시장공약사항인 ‘소요산관광지 확대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소요산관광지는 과거의 노인층 당일관광에서 탈피하여 체류형 관광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경기북부 한가운데 위치한 소요산에서 1박2일, 2박3일, 3박4일 체류하면서 양주, 포천, 연천 등 사방팔방으로 생태·평화·역사탐방이 이어질 것이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도 전쟁의 어두운 과거를 돌아보면서 평화를 다짐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건물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미군기지촌역사관이나 위안부기록박물관을 이 곳 동두천 성병관리소에 만들면 어떨까? 경기도가 동두천시와 힘을 합쳐 미래세대를 교육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과거를 망각한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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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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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시민 관찰]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유시민 작가     KBS2 시사비평 프로그램 <더 라이브>에 갔더니 진행자가 물었다. “보수정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 여전히 유효한가요?” 어떤 시민이 거리에서 나를 붙들고 말했다. “정말 나라 안 망하나요? 망할 것 같아 무서워요.”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대한민국, 멍들고 상처 난 건 맞습니다. 그러나 아직 뼈가 부러진 건 아닙니다. 이 정도론 죽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하겠다.카를 포퍼의 위로20세기의 대표적 자유주의 철학자 카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플라톤을 강력 비판했다. 핵심 사유는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정치문제의 중심에 둠으로써 정치철학의 지속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누가 나라를 다스려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길게 생각할 필요 없다. 누구나 가장 선하고 현명한 사람이 다스리는 게 최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플라톤은 그런 통치자를 ‘철인왕(哲人王)’이라고 했다. 바보나 악당이 다스려야 한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플라톤의 문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인문학에서는 답이 뻔한 질문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포퍼는 쓸데없는 질문을 진지하게 다루었다고 플라톤을 비판하면서 정치철학이 다루어야 할 질문을 제시했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지배자가 너무 심한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려면 정치제도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포퍼는 인간과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애쓰는 철학자였다.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통치자를 정하든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을 만큼 선하고 현명한 정부를 세우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쁜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에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정치제도를 만들어 두는 게 현명한 처사 아니겠는가.20세기 들어 문명국가는 대부분 선거로 권력자를 뽑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가 한 표씩 행사하는 선거제도는 가장 선하고 현명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또는 사악한 동시에 무능한 인물도 표를 많이 받기만 하면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이론적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최악의 인물을 권력자로 선출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포퍼가 내놓은 답은 권력의 제한과 분산이었다. 권력자가 법률이 부여한 권한 범위 안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통치하도록 하는 법치주의, 선출 공직자의 임기 제한, 언론‧표현‧집회‧시위 등 시민의 기본권 침해 금지, 삼권분립과 상호견제 같은 것이다. 이런 것은 무능하고 사악한 권력자의 해악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최대의 선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문명의 표준이 되었다.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나라를 멍들게 하고 있지만 뼈를 부러뜨리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국회의 입법권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큰 틀에서 바꿀 수 없다. 시민단체와 독립 언론이 헌법의 기본권을 활용해 권력의 부패를 파헤치고 전횡을 고발함으로써 시민들의 비판의식을 고취한다는 사실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포퍼는 독재와 민주주의를 가르는 기준도 제시했다. 다수 국민이 마음먹을 경우 언제든지 권력을 합법적으로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 그게 불가능하면 독재다. 그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사회임에 분명하다. 나라가 망하는 것 같다고 탄식하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싶어서 카를 포퍼의 이론을 소개했다. 우린 아직 괜찮다. 170석이라는 희망사항윤석열 대통령은 늘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측근으로 알려진 국무위원들과 여당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양평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대통령 처가 소유 토지와 무관하다면 노선을 바꾼 합리적 이유를 설명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면 된다. 그런데 국토부 장관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야당을 욕하면서 사업을 아예 그만두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다른 장관과 장관급 공직자들도 툭하면 자리를 걸겠다면서 야당도 뭘 걸라고 외쳐댄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야당과 대화하지 않는다. 오로지 비난하는 데 전력을 쏟는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횟집 수족관 짠물을 들이키면서 일본 대변인 노릇을 한다. 동네마다 내건 현수막 문구는 사실도 논리도 없어서 비평이 불가능하다. 눈으로 욕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그런 와중에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겠다고 호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용산의 참모들이 대통령 심기 관리를 위해 꺼낸 이야기일 것이다. 심기 관리에 그런 말이 왜 필요할까? 추측컨대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은 되는 일이 없다고 울분을 터뜨릴 만한 상황이다.주 69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안 되었고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게 하지도 못했다. 야간 집회나 대통령실 근처의 소란을 막기 위한 집시법 개정도 안 되었다. 검찰을 동원해 1년 넘게 물어뜯었는데도 국회는 야당 국회의원 체포동의 요구를 모두 부결했다.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려고 했는데 실제로는 야당 초선 의원 하나도 잡아넣지 못했다. 곧 열릴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두고 야당과 또 싸워야 하는데 여당 의석이 적어서 힘을 쓰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가 의결할 ‘노란봉투법’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들은 또 앞을 다투어 대통령을 물어뜯을 것이다. 연말까지 총선에 출마할 국무위원들이 사표를 내야 하는데 후임자를 구하기 어렵다. 야당은 온갖 것을 트집 잡아 장관 후보자를 비방하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독자들만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도 위로받아야 할 상황이다. 내가 카를 포퍼의 말로 독자들을 위로하는 것처럼 용산의 어떤 참모들은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고 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그것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대통령을 위로했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정성이 갸륵하다.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대통령은 따스한 위로와 함께 냉정한 충고도 듣는 게 바람직하다. 나는 일개 야인인데도 지난 총선 직전 야당이 180석을 얻는 것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했다가 국힘당과 재벌언론‧족벌언론‧건설사언론에게 치도곤을 당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희망사항은 마음에만 간직하시라.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직은 지나치게 안녕하다. 용산 대통령실의 건투를 빈다.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유시민의 관찰mindle@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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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12
  • [유시민 관찰] 손절(損切)의 정치학
      그런데 대통령과 참모들은 여론을 무시한다. 주 69시간 노동제부터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대일 대미 굴종 외교, 탈중국 노선으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폭발까지, 정부 여당이 선택한 정책은 대부분 다수 국민의 뜻에 어긋났다.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한 어느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지지율이 10퍼센트가 되더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총선이 1년 앞인데도 국민의힘은 인기 없는 대통령을 무조건 추종한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는 '옛 성현의 말씀'을 들을 필요가 있다. 처음 보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다 예전에도 있었던 일이다.먼저 고대 그리스 사람 플라톤의 말을 들어보았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고유의 텔로스(목적)가 있다. 국가의 텔로스는 정의(正義)다. 정의를 실현하려면 주권을 철학자에게 맡겨야 한다." 플라톤은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를 정치철학의 중심 문제로 설정하고 '현자(賢者)의 지배' 또는 '철인정치(哲人政治)'를 답으로 내놓았다. 그가 생각했던 정의와 오늘날 우리가 널리 받아들이는 정의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점은 논외로 하자.윤석열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만 그렇다. 주관적으로는 플라톤의 '철인왕'일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선과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 여론조사는 야당과 좌파의 선동과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대중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지표일 뿐이야. 최대한의 선과 정의를 실현하려면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해. 역사는 내가 옳았음을 증명할 거야."(1) 대통령은 양자(陽子, quantum) 관련 정책회의에서 장시간 전문적 물리학 지식을 쏟아냈다.(3) 대통령은 정치인‧교수‧기업인‧종교인‧기자‧유튜버와 수시로 통화하고 텔레그램으로 소통한다.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플라톤이 말한 '철학자'라면 좋겠다. 그러나 어쩌랴, 그렇다는 증거가 없으니. 나는 그가 선과 정의에 대해 우리 헌법이나 상식과는 무척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는 현자라는 확신을 품고 만사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해 왔다고 본다. 그래서 다음 질문을 떠올린다. '주관적 철인왕'의 폭주를 누가 어떻게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대답한 사람이 있었다. 20세기의 대표적 자유주의자 카를 포퍼다.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플라톤을 강력 비판했다. 옳지만 아무 쓸데없는 질문으로 정치철학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포퍼는 말했다. "누가 다스려야 하느냐고? 답은 뻔하다. '가장 선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거짓말쟁이, 바보, 사기꾼, 선동가, 난폭한 자라고 대답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정치철학은 나쁜 정부가 들어서는 경우를 다루어야 한다. 사악하거나 무능한, 또는 사악하면서 무능한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려면 정치제도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 이것이 올바른 질문이다."어떤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인가? 다수의 국민이 마음먹을 때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다. 그런 제도가 없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악하거나, 무능하거나, 사악한 동시에 무능한 인물이 권력을 차지했다고 해서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고장 난 것은 아니다. 그런 결과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민주주의 정치 게임의 일부다. 민주주의는 그런 상황에서도 위험을 관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면 '주관적 철인왕'의 폭주를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다. 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그 일을 어느 정도 잘 해나가는 중이라고 본다.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4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리 더 달리고 싶어도 2027년 5월 9일에는 멈추어야 한다. 게다가 야당이 압도적 다수의석을 가진 국회가 입법권으로 대통령의 폭주를 막고 있다. 야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의료법, 방송법 등을 의결해 국가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바꾸려고 한다. 대통령의 친구인 행안부 장관을 탄핵해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무능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소위 대장동 '50억 클럽 특별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신속처리 절차에 올렸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해 입법권을 무력화했던 대통령이 다른 법률안과 특검법안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대통령을 지지해 그 모든 입법안을 다 무산시킬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도 입법이 필요한 일은 전혀 할 수 없게 된다.'주관적 철인왕'에게 가장 큰 위험은 여당의 '손절'이다. 대통령은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간택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혹시라도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대통령을 추종하고 있다. 그러나 올 가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 수도권과 충청권 총선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영남을 비롯한 국민의힘 강세 선거구를 친윤 정치지망생이 독식하려고 대들면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당 정치인이 생길 것이다. 내년 총선 결과가 매우 좋지 않을 경우 대통령에게 당적 이탈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총장 직을 이용해 자신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과 대결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개척했던 윤석열의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이 발탁한 누군가가 그대로 따라 할지도 모른다."한국을 봐. 저런 게 바로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강점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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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08
  • [민들레칼럼] “대통령 무능이 IMF 같은 재난 부를까 겁나”
    유시민 작가 우리나라의 2022년 거시경제지표 몇 가지를 2021년과 비교해 보자. 경제성장률은 4.1%에서 2.6%로 하락했다.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4.3% 늘어난 4220만 원이었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3만 5373달러에서 3만 2661달러로 줄었다. 연평균 달러 환율이 1144원에서 1292원으로 12.9%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3000을 찍었던 종합주가지수는 2500 선으로 떨어졌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852억 달러에서 298억 달러로 감소했다. 7월 이후 계속 적자를 낸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성장률 2.6%보다 현저히 낮은 1.5% 안팎이 될 전망이다. 한때 전년 대비 9%까지 올랐던 물가상승률은 4% 수준에서 고착되는 양상이다. 올해 1월 경상수지는 월 기준으로는 역사상 최대인 4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번 주 통계가 나오는 2월 경상수지도 확실한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통령의 헛소리 윤석열 대통령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논의한 3월 29일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았다. 왜곡했다고 시비를 걸지 몰라서 대통령의 참모들이 내용을 정리해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요약했다.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교역대상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로 인해 수출이 부진하고 경제가 어렵다. 위기에는 ‘민생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물가 안정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수출과 수주의 확대’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자세로 뛰었다. 이제 ‘민생안정’과 ‘수출 확대’ 노력에 ‘내수 진작’을 더해야 한다. 음식‧숙박‧관광을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려면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항공편을 늘리고 관광과 문화를 연계하고 전통시장을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지자체‧민간이 함께 비상한 각오로 뛰자.” 지난해부터 경제가 어려워졌고 주요 원인이 대외 경제여건 악화라는 것은 다툴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물가안정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무엇을 했으며 어떤 성과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뛰어 수출과 해외수주를 확대했다는 건 한마디로 ‘헛소리’다.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최근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은 중국 수출 부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작년 5월 한중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중 경상수지가 적자를 냈다. 그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이었던 중국이 최대 무역적자국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그 사실을 모른 척하고 친윤언론은 보도를 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 실익 없이 ‘탈중국’을 외치며 미국의 중국봉쇄 정책에 끼어든 결과라는 지적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슨 대책을 내놓겠는가. 시늉뿐인 대책 윤석열 대통령이 알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게 아니어서 ‘헛소리’라고 했다. 아마도 참모가 써준 말씀자료를 ‘영혼 없이’ 읽었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는가? 비상경제민생회의라는 이벤트의 성격을 아는 사람은 다 그렇게 본다.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개회의는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모으는 절차가 아니다. 대통령의 정책 참모와 공무원들이 협의해 만든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이벤트다. 정말 토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비공개로 한다. 장관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경제부총리와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 금융위원장, 관세청장이 참석한 것은 토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위세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보고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보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또는 ‘허무개그’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래 대책의 내용 역시 내가 정리한 게 아니라 대통령실의 보도자료를 요약한 것이다. ▲대규모 이벤트와 할인행사 연속 개최 ▲지역관광 콘텐츠 확충 ▲근로자 등의 국내여행비 지원을 확대 ▲연가 사용 촉진 ▲K-ETA(전자입국허가서) 한시 면제 ▲일‧중‧동남아 외국인 한국관광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강화 ▲ 먹거리 등 핵심 생계비 부담 경감 언론은 국내여행비 지원 사업을 야단스럽게 보도했다. 회의에서 보고한 대책 중에서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은 그것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다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몫이거나 돈이 들지 않는 ‘비예산사업’이라 그랬을 것이다. 여행경비 지원이 국내여행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사업의 규모다. 저임금 노동자 백만 명에게 숙박비 3만 원을 지원하고 최대 19만 명에게 휴가비 10만 원을 주는 그 사업의 예산은 6백억 원이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시늉만 하는 것이다. 2022년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이 얼마인가? 2150조 원이다. 6백억 원은 국내총생산의 0.0028%다. 재정지출은 소위 ‘승수효과’를 낸다. 최근 총저축률이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니까 승수효과를 넉넉하게 3이라 하자.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이 정책은 1800억 원 규모의 총수요를 창출해 경제성장률을 0.0084% 올릴 것이다. ‘비상’경제민생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코끼리 비스킷’도 못되는 사업을 내놓다니, 최소한의 수치심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국민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경제정책에 전적으로 무지한 대통령의 심기를 돌보는 데 필요한 사업 아이템일 뿐이다. 무언가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혼자 만족하라는 것이다. 의미 있는 정책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이 그런 목적으로 써준 말씀자료를 그대로 읽은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국내외 관광 활성화 대책을 보고 받고 있다. 2023.3.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어두운 경제전망 대통령이 수출 확대와 내수 진작을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옳은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말씀자료를 써준 사람은 케인즈주의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정직한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온전하지도 않은 말씀자료를 올렸다.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 경제학원론 수준의 국민소득 결정 방정식으로 설명하겠다. Y = C + I + G + (X-M) Y:국민소득, C:민간가계의 소비지출, I:기업의 투자지출, G:정부지출, X:수출, M:수입 여기서 중요한 건 사회의 총수요를 보여주는 방정식의 우변이다. 케인즈주의자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본다.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면 총수요가 감소하고 국민소득은 줄어든다. 작년 하반기에 경상수지(X-M)가 심각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수출 확대를 강조했고 영업사원을 자임했다. 그런데 그는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 대중 무역적자라는 사실을 감추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랬다면 더 큰일이다. 중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생긴 현상이니 정치적 해법이 필요한데,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미국과 일본의 하청업체가 되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풀 방법이 없다. 경상수지 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정부지출(G)은 정부와 국회가 결정한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예산으로 일했고 올해 처음으로 자신들이 세운 예산으로 사업을 하는 중이다. 2023년도 국가예산은 639조 원 수준으로 증가율이 지난 정부 때보다 현저히 낮았다. 정부는 보수정권답게 소극적 재정정책을 편다. 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마음껏 하진 못했지만 법인세와 종부세 등 일부 부자 감세를 했다. 그런데 올해 1월과 2월 두 달 동안 불경기와 부동산 거래량 감소 등으로 인해 국세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조 원이나 적게 걷혔다. 그러니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재정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방정식 우변의 정부지출(G)은 늘어나기 어렵다. 부자감세를 추진한 논리는 기업의 투자지출을 북돋운다는 것이었는데, 법인세를 크게 인하한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지출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에 결정적인 것은 이자율이다. 그런데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쓰면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이자율이 올랐다.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웠던 시기에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이 이런 고금리 시대에 법인세를 내렸다고 해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우변의 투자지출(I)은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1997년의 악몽 방정식의 우변을 키우려면 민간가계의 소비지출(C)을 늘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무엇이 소비지출을 결정하는가?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시장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뺀 가처분소득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소비성향’은 소득이 낮을수록 높다. 그래서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에게 숙박비와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낸 것이다. 방향은 옳다. 규모가 장난 수준이라 하나마나여서 그렇지. 왜 옳은 정책을 장난 수준으로 할까? 제대로 하려면 이념적 정치적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가계의 소비지출을 진작하기 위해 중산층과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은 민주당의 정책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보편 복지, 지역화폐, 최저임금 인상, 무상급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연금 도입, 노인장기요양보험 설립 등 민주당 정부의 주요 정책은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올려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정도 차이가 있었을 뿐 방향은 같은 정책을 썼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정책이 나라를 망친다고 주장하면서 권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보수의 정책노선을 ‘줄푸세’로 정리했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정책 피해자가 반발하면 법질서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때려잡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확하게 그 길을 가고 있다. 국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서 마음먹은 만큼 속도를 내진 못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 안팎에서 조롱받고 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굴종적인 태도로 임했던 한일정상회담, 블랙핑크 만찬공연 보고 누락을 이유로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외교안보팀을 폭파한 일 등으로 1층에 있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다. 그런데 나는 그를 조롱하지 못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스운 사람이 아니라 무서운 사람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과 태만이 1997년과 비슷한 재난을 불러들이는 게 아닌가 싶어서 겁이 난다. 박정희도 전두환도 무섭지 않았던 내가 윤석열 대통령을 무서워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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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12
  • [칼럼]국가지정문화재, 두루미잠자리 추가지정해야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이석우 대표       연천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지정 관련 민통선 밖 군남댐 하류 주요잠자리 추가지정해야..   연천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지정 관련 검토중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1194-1 외 민통선 밖인 군남홍수조절댐 하류 두루미 잠자리에 관해 추가지정을 요청한다. 지난 2000년부터 연천 임진강 일대의 두루미 모니터링과 보호활동을 하며 2014년까지 10년간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매년 실시하는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에 참여한 바 있다. 초기에는 연천군 중면 삼곶리 장군여울과 빙애여울에서 월동하며 먹이활동과 잠자리를 이용했었다. 2000년 한 가족 개체가 월동하다가 점차 늘게되어 현재와 같이 1천여 개체가 넘게되었다. 지난 해 12월부터 금년 1월15일, 2월18일,3월27일 두루미 조사를 마치기도 했다.  동시센서스와는 별도로 1월15일 서울시립대와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로 두루미 348개체, 재두루미 722개체,검은목두루미 1개체로 총 1,071개체가 확인되었다. 그중 군남댐 하류 지역에서 두루미 47개체, 재두루미 87개체 등 총 134개체가 확인된 바 있다.  특히 이번 겨울들어 이곳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개체가 급격히 늘어 20여차례 이상 관찰한 결과 두루미 잠자리로 확인되었다.(동영상, 사진자료 기록보관) 최근 민통선 내에서 활동하던 두루미류 이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첫째, 군남댐 담수로 인한 장군여울 수몰로 잠자리와 휴식지가 사라진 점이다.  10월부터  이듬 해 5월까지 담수하는 기간과 10월말부터 3월말까지 두루미 월동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담수전 장군여울은 물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져 여의도와 같은 섬 형태로 되어 있어 면적도 넓고 삵과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천혜의 잠자리이다. 현재 많은 개체가 잠자리로 이용하는 빙애여울 보다 안전한 잠자리이기 때문이다. 빙애여울의 경우 많은 때에는 6~700여 개체가 밀집되어 몰려있기 때문에 일부 개체들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곳을 찾다보니 군남댐 하류에 오지않나 생각된다.    둘째, 두루미 월동지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사진가들이 몰려들어 촬영을 위해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두루미를 위협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2년전에는 빙애여울을 떠나 오랫동안 비무장지대에서 잠을 자기도 한 적도 있다. 근래에는 연천지역에 ASF로 인해 민통선지역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군남댐 하류 잠자리로 사진가들이 몰려들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두루미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 생각된다. 셋째, 군남댐 하류 두루미 잠자리는 군부대의 출입통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임진강을 찾아온 야영객과 낚시꾼, 수석 수집가들로 인해 두루미들의 안전한 잠자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최소한 군남댐에서 북삼교 사이 1km구간을  연천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지정 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이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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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4
  • [칼럼]아! 수레여울(車灘川)
    최병수 연천문인협회 회장   1995년에 발행된 『향토사료집(연천문화원)』 「지명유래」편에는 수레여울에 대한 유래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수레여울(車灘, 수레울)  : 공굴다리 북쪽, 장진천에 있는 여울. 조선 개국 초 연천읍 현가리 도당골에 은거했던 고려 진사 이양소(李陽昭)를 만나기 위하여 연천으로 친행하던 태종의 어가(御駕)가 이 여울을 건너다 빠졌다하여 ‘수레 여울’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秋雨半晴 人半醉 가을비 멎으면서 반쪽  하늘 개었는데, 사람은 술기운에 반쯤 취했네. 暮雲初捲 月初生 저녁 구름 걷어지며 초저녁달이 떠오르네.위 칠언절구는  1800년대 만들어진 『연천현읍지(漣川縣邑誌)』(서울대 규장각 소장) 「총묘(塚墓)」편 ‘이양소 묘’에 기록된 내용으로, 태종 6년(1406) 연천을 방문한 태종이 고려 말 동문수학한 옛 친구 이양소(李楊昭)를 만나 술을 함께 마시며 주고받은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이 때 이양소를 만나기 위하여 거가를 타고 장진천(漳津川)을 건너다 여울에 빠지는데 이 여울이 바로 수레 여울(車灘)이다. 두 사람이 만난 이야기는 조선 영조 때 연천현감을 지낸 신유한(申維翰)의 「청천집(靑泉集)」, 정조 때 홍문관, 예문관 양관의 대제학을 지낸 홍양호(洪良浩, 1724~1802)의 문집인 이계집(耳溪集), 역시 정조 때 규장각 검서관을 역임한 포천 출신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의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조금씩 다르지만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이를 보더라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후세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태종은 조선 건국 후 개경을 등지고 은둔했던 이양소가 거의 15년 만에 자신 앞에 나타나 준 것이 너무 기쁘고 반가웠다. 두 사람은 고려 우왕 8년(1382) 진사시험에 같이 합격한 사마동방(司馬同榜)이면서도 나이도 동갑(정미생. 1367년생)이었다. 곡산 청룡사와 성균관에서 함께 학문을 연마하다가 의기가 투합하면 개경의 기생집도 함께 다닐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역성혁명의 주역으로 조선의 임금이 되고, 한 사람은 불사이군의 마음으로 산속으로 은둔했다. 태종은 다정했던 옛날을 생각하며 술을 가져오라고 해서 이양소에게 술을 내려주며 함께 마시며 이양소에게 연구(聯句)를 짓자고 제의한다. ‘추우반청(秋雨半晴)~’로 시작되는 태종의 연구(聯句)는 새로운 왕조에 하루빨리 동참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양소의 대구(對句), ‘모운초권(暮雲初捲)~ ’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뜻으로 생각되는데,(필자의 짧은 소견임) 이양소는 대구의 마지막 연(聯) ‘월초생(月初生)’을 읊으며 태종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한다. 월초생은 송도(松都)의 유명한 가기(歌妓:노래를 잘 부르는 기생)로 이방원이 젊어서부터 가까이한 행희(幸姬:마음드는 여자, 군주의 첩) 그러나 태종이 권력을 잡은 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는지 월초생은 일찍 죽었다. 이양소가 대구(帶鉤)에서 월초생을 언급하자, 태종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이양소의 손을 잡고 거가에 오를 것을 명한다. 이양소가 극구 사양하며 오르지 않자, 태종은 그 자리에서 이양소에게 곡산부사직을 제수한다. 이양소는 엎드려 절하며 사례를 올리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헤어져 태종은 한양으로, 이양소는 도당골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양소는 곡산부사로 부임한 지 3일 만에 소를 거꾸로 타고 연천 도당골(현가리)로 돌아와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수레여울(車灘)은 우정, 충절의 의미를 생각게 하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있는 역사의 현장이며, 수레여울에서부터 전곡읍 삼형제 바위 앞까지 이어지는 차탄천은 지난 7일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한탄강의 지천으로서 빼어난 명소이다. 이전에는 차탄천 계곡이 험난하여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비경(祕境)으로 남아 있었으나, 2015년부터 ‘차탄천 에움길’이라는 미명아래 지속적인 파괴가 이루어져 지금은 본래의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근래에는 오폐수차집관로를 설치한다고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동원하여 엄청나게 파괴하더니,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한다고 대형 굴삭기와  20톤이 넘는 카고 트럭이 드나들며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볼 수 없는 경관을 간단없이 망가뜨리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의 무단출입을 방치함으로써, 야영, 낚시꾼들의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어 과연 이 곳이 지질명소인가 개탄의 소리가 절로 난다. 차탄천 지질명소의 많은 부분이 파괴된 공사현장에서 엄청난 중장비의 굉음을 들으면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사를 하는 것인지?”, 연천군에 목 놓아 소리쳐 묻고 싶다.  최병수 <연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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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23
  • [취재수첩]말뚝이 되어 버린 단풍나무
       동두천시 보산주공아파트, '낙엽 떨어진다' 민원에 30년된 단풍나무 44그루 싹뚝      지난 19일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주공아파트에 1990년4월15일 준공 당시 심었던 44그루의 단풍나무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됐다. 단풍나무는 아파트 5층 높이의 크기로 아파트를 아늑하게 감싸주며 주변 소음과 여름철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막이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우거진 녹음과 함께 박새,곤줄박이,쇠박새,진박새,쇠딱따구리와의 소통공간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동두천시 공원녹지과 소속 산불감시 진압요원들이 출동해 가지치기를 한다는 명분으로 30년된 단풍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동두천시 관계자에 의하면 "인근 빌라주민들이 아파트내 식재된 단풍나무에서 담장밖 도로로 낙엽이 많이 떨어져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또한 입주자대표 측에서도 지난 해부터 줄곧 가지치기를 요구해 왔다는 이유로 동두천시 예산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작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산불감시요원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면서까지 공공장소도 아닌 사유지역에서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무를 수행한 것이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에 의하면 가지치기 작업을 위해서는 수백여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동안 자체인력으로 최소한의 가지치기 작업이 이루어져 왔으나 이번 같은 규모의 작업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로 가지치기 작업이 강행된 것이다. 시청 담당공무원도 작업현장에 나가 지켜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업자들에게 가지치기를 적정한 수준으로 할 것을 지시했지만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가 "가지를 더 자르라는 강한 요구로 거절하기 어려워 이런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민원이라 할지라도 공적인 영역에서 처리할 것이 있고,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애당초 처리할 수 없는 일을 힘 있거나 영향력이 있는 민원인의 강한 압력으로 처리해 준다면 과연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질까? 아파트 입주민들의 대표성이 있다는 사람은 얼마나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을까? 전체 입주민중 몇명이 동의하는지 몇명이 반대하는지 증빙할 수 있는 근거도 없이 주민들의 의견이라며 다짜고짜 목소리만 높여 가지치기를 강행한 것이다. 아마 처음으로 작업하는 일이니 만큼 내년,후년을 대비해 더욱 깊게 잘라달라고 요구하며 그만큼 경제적인 이득을 계산했을 것이다. 더우기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통장'이라는 직책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동두천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가지치기의 정도가 심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서명부라든가 민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다른 곳에서도 아파트내 가지치기를 요청하면 모두 들어줄 것인가? 공공기관이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나쁜 의도를 가진 특정민원인의 편을 들어준다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로 인해 30년 전 아파트가 처음 건설될 때부터 조성한 나무 수십그루가 불과 며칠사이에 무성하던 모습을 잃은 것이다. 나무보호를 위해서는 특정 개인의 욕심으로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 제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낙엽이 많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건너 편 아파트 안에 있는 나무를 가지치기 해 달라는 이웃 주민들도 너무 이기적이다. 이런 분들이 과연 동두천시 조례로 제정된 '내 집 앞 눈 치우기'나 제대로 할지 의문이 간다.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준다. 나무는 우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를 제공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더불어 도시 열섬 방지, 도시환경 조절, 도시 생태계 연결 역할을 하며, 요즘같이 지구온난화와 황사,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에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는 나무를 보호는 못 할 망정 훼손할 것인가? 가지치기 문제는 우리 지역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무분별하고 주먹구구식 가지치기가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나무의 본래 형태를 괴물로 만들고 경관을 훼손하고 도심을 삭막하게 하는 것에 자치단체가 앞장서고 있다. 뒤늦게 서울시와수원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가로수 경관 조례를 제정해 구체적인 메뉴얼을 정해놓았다. 늦게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최근 SNS상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피해 시민제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147명의 회원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지치기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보고만 있던 입장에서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가지치기 피해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통해 구체적인 메뉴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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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02
  • [칼럼]DMZ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황  은  주 (자연환경국민신탁 상임이사) 인류는 그 기술로 자연을 보전하고 복원하기도 하지만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제공하는 편익, 즉 자연혜택을 유럽에서는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s)로 정의한다. 미국 환경청에서는 같은 것을 생태계 '재화 및 서비스’(goods and services)라고 부른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냉전체제가 지속되는 비무장지대(DMZ)는 한편으로는 개발장애로 인식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생물군계(biome) 내지 생태지역(eco-region)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태계서비스 산실로 작용할 수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공급서비스·조절서비스·지지서비·문화서비스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토양형성, 물질순환, 물의 순환, 서식지 제공, 경작·수렵·채취·방목, 독특한 경관, 레크리에이션, 휴양, 생물자원, 맑은 공기와 물, 연료, 풍수해 조절 및 미사용 가치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생태계서비스는 무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재화로 간주되었으나 도시의 팽창과 개발의 가속화로 인하여 자연환경용량이 침해되면서 서비스 기능이 저하되자 이를 인위적으로 복원·증진시키려는 노력들이 시도되었다.   생태계서비스는 비교적 최근의 개념이다. 1970년대부터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의 가치를 제고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나이로비회의(2000년)에서는 인류를 지구 생태계의 통합적 요소의 하나로 인식하는 생태계접근법에 따라 토지, 물 및 자연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새천년생태계평가보고서(2005)는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각국의 정책적 관심을 촉구한다.  생태계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수요자)들이 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토지·산림·해양의 소유자·관리자나 지역주민들과 생태계서비스를 공유하고 이를 환경보전과 연동시키는 이른바 생태계서비스의 가치화와 그 제도화가 요청된다. 수혜자들이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정부가 부담한다. 하지만 정부만의 노력으로 환경과 생태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환경비용의 부담에 민간의 참여가 요청된다.  생태계서비스 지불(payment for ecosystem service: PES)은 생태계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이다. 생태계서비스 지불 프로그램은 생태계서비스 이용자와 생태계서비스 공급자 모두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며 또한 생태계와 생태계 관련 자연자원에게도 혜택을 준다. 하지만  현행 환경법제는 생태계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와 수요자들 사이의 공평한 향유를 실현시키지 못한다. 2012년의 생물다양성법은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보전에 중점을 두었다. 생태계서비스의 개념과 범주를 설정하고 시장과 공동체에서의 거래체계의 구축에 대하여서는 언급이 없었다. 종전의 법은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를 실시하였으나 생태계서비스를 독자적 개념으로 보지 아니하였다. 생태계서비스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생물물리적 구조로부터 유출되는 서비스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입법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외래종 침입 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의 양과 질이 저하되고,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생태계서비스)이 급격하게 감소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고려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에의 반영이 미흡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는 금년 11월 14일에 생물다양성법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생태계서비스지불제로 바꾸었다.  개정법은 생태계서비스의 개념을 정의하고, 관련 연구 및 기술개발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정책과 연계하려는 국제사회의 추세에 대응하며, 생태계서비스를 증진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을 보상하는 등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자연혜택을 지속가능하게 제공하고자 한다. 개정법은 국제관례에 따라 생태계서비스를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공급·조절·지지·문화의 4가지 서비스로 분류하고, 정부로 하여금 생태계서비스를 측정하고 그 가치와 변화를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2조 및 제9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각종 보호구역 등이 보유한 생태계서비스의 체계적인 보전 및 증진을 위하여 생태계서비스 공급자 또는 관리자에게 생태계서비스 보전 및 증진 활동에 대해 보상할 수 있도록 수권하였다(제16조). 생태계서비스 가치평가와 관련된 연구와 기술개발을 추진하도록 명하며, 생태계서비스 측정 및 평가에 관한 사업에 대해서 국고를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제26조, 제27조, 제31조).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2020년 후반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신탁법에 따른 국민신탁법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기구가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 이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개정법 제16조제4항). 그러나 우리나라는 부처들의 관할권에 따라 생태공간이 육상과 산림 그리고 해양 등으로 관리되고 있어 생태계서비스의 체계화가 환경부 관할의 육상에 머무르기 쉽다. 산림청은 그동안 임업에 대한 입장 때문에 산림 생태계서비스 즉 산림자원의 공익적 기능으로 나아가지 못하다가 최근에 산림복지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취약계층들에게 산림휴양 등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산림 등 육역에 비하여 해양 생태계서비스는 갯벌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달이 더디다. 해양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도 다양하고 풍부함에도 종래 이해관계자들은 해양 생태계서비스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용하고 이를 유지·증진시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다. 예컨대, 다이빙 구역을 둘러싸고 어촌계와 다이버들이 갈등을 빚어왔음도 따지고 보면 바다가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를 해산물이라는 공급서비스 관점에만 국한시키고 조절서비스 또는 문화서비스의 공유를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DMZ를 개발의 무대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서비스의 보고로 삼을 것인가는 객관적인 비용편익분석을 요한다. DMZ는 지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다. 오히려 한반도의 동서를 연결하는 생태통로로서 또 앞에서 살펴본 생태계서비스의 근원으로 활용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DMZ를 환경친화적으로 보전·이용한다고 하여 경제개발이 불가능하지 아니하다. DMZ를 관통하는 철도·도로·송전선·송유관 등의 경제통로들을 지상이나 지하로 건설하면 생태통로를 단절하지 아니하면서 DMZ를 이용할 수 있다.   DMZ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두루미·사향노루 등 야생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개발바람을 타고 민통선(CCZ)이 북상함으로서 서식지들이 축소되고 농림어업과 같은 전통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서식지로 기능하는 농지들과 내수면들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농업인들과 어업인들이 사라지면 이들이 조성·기여한 DMZ와 CCZ의 생태계서비스도 사라질 것이다. 내륙의 각종 산업단지들의 가동률이 떨러지고 산업집적화도 여의치 아니한 상황에서 토목·건설 이익에 치중함은 백년대계가 아니다. 생태계서비스를 활용하여 DMZ의 보전과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 본 기고문은 뉴스매거진2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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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0-01-29
  • [칼럼]동두천 성병관리소, 우리의 소중한 자산
    경기북부는 한국전쟁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생활과 삶의 지평이 송두리째 뒤바뀐 지역이다. 전쟁 폐허 위에서 가난과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미군 기지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는 바람에 기형적으로 급성장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70년이 지난 지금 미군 축소 및 재편으로 경기북부는 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미군 기지촌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들 중에 위안부들이 있었다. 그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했다. 2014년 6월 미군 위안부 122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고, 2018년 2월 2심 판결은 “담당 공무원 등이 주둔 외국군의 사기 진작과 외화 획득한다는 의도로 성매매를 정당화·조장화하였고, 조직적·폭력적 성병관리는 위법하다. 따라서 기지촌 위안부들의 기본적 인권인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했다”면서 국가가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뉴스매거진21 제3호에서 미군 기지촌 현황과 미군 기지촌 운영을 연대별로 살펴 보았다. 전체 34개 기지촌 중에서 파주 12개, 동두천 3개, 의정부 3개, 양주 1개, 포천 1개로 경기북부는 모두 20개였다. 미군 기지촌 운영은 1950년대 미군 위안시설 지정 및 위안부 일정지역 집결시키기로 합의했고 성병대책위원회 조직했다. 보건사회부는 체계적 관리를 위해 구 전염병예방법을 제정하여 위안부는 1주 2회 건강진단을 받도록 했다. 1960년대 성매매가능한 특정지역 설치 및 관리했다. 보건사회부는 보건소를 통해 성병관리했는데, 보건소를 설치할 수 없는 지역에는 기타 의료기간에 성병관리를 전담하도록 대용진료소를 지정했다. 검진증을 발급받은 위안부는 매주 검진받아야 했고 감염자로 판명되면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치료를 받아야 했다. 등록과 성병검진을 기피하는 여성들을 정부와 미군 합동단속이 수시로 실시되었고 단속된 위안부는 검진증 소지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수용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1970년대 기지촌 정화운동을 추진했고, 기지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 성병관리정책은 성병교육, 성병검사, 엄격한 확인체계 강화 등이었다. 1980년대 이후 기지촌 주변 종합개발계획을 만들어 외국군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출국할 수 있도록 환경을 쾌적하게 한다는 취지로 시행했다. 보건사회부는 성병진료지침을 하달하여 위험집단을 중심으로 강제검진과 치료를 시행하도록 했다. 성병진료소의 기능은 점차 저하되었고, 성병관리소도 수용이 아닌 통원치료를 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동두천시 상봉암동 8 이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병관리소가 있다. 일명 ‘몽키하우스’라고 불린다. 1981년 7월 1일 경기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제정한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설치’ 조례 제14호를 동두천시가 공포하였다. 동두천시 소요동에 둔다고 명시되어 있다. 1981년이나 1982년에 건립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은 2층 건물이 방치되어 있어 흉물스럽고 스산하기만 하다. 토지는 6,374.8㎡이며 모 학교법인 소유로 되어 있다. 동두천시에 부지활용 계획이 있는지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정보 부존재’라는 답변을 받았다. 앞으로 이 건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이대로 내버려 둔다. 둘째는 부셔 버리고 멋진 건물을 짓는다. 셋째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증거할 건물을 잘 보존하고 기린다.     소요산 입구에 들어서면 자유수호평화박물관 입구 바로 우측에 성병관리소가 있다. 더구나 남쪽에 인접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연 관람객 16만 명이 방문하는 대표적 명소로 자리매김했고 올해 1월부터 경기도가 이관받아 전국 최고 수준의 어린이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또한 작년 12월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남쪽 지역을 기업·가족단위 숙박 체류형 힐링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동두천시는 민선7기 시장공약사항인 ‘소요산관광지 확대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소요산관광지는 과거의 노인층 당일관광에서 탈피하여 체류형 관광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경기북부 한가운데 위치한 소요산에서 1박2일, 2박3일, 3박4일 체류하면서 양주, 포천, 연천 등 사방팔방으로 생태·평화·역사탐방이 이어질 것이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도 전쟁의 어두운 과거를 돌아보면서 평화를 다짐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건물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미군기지촌역사관이나 위안부기록박물관을 이 곳 동두천 성병관리소에 만들면 어떨까? 경기도가 동두천시와 힘을 합쳐 미래세대를 교육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과거를 망각한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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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0-01-24
  • [칼럼]평화에 앞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해야
      2018년 한반도에 남북긴장이 아닌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소강상태이지만 말이다. 그 덕분에 자연의 보고 DMZ, 평화경제, 평화관광 등 평화와 DMZ 브랜드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평화. 참으로 좋은 말이다.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쟁이 왜 일어 났는지, 전쟁으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아파했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화려한 껍데기 안에 깊숙이 자리한 상처를 외면한채 어두운 과거를 덮고만 있다면 과연 진정한 평화가 가능한 것인가. 어부지리 해방이 갖다 준 선물은 참혹한 전쟁과 분단이었다. 한국전쟁으로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 고아와 미망인이 생겼는가. 나라는 허리가 잘렸고 부모형제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생지옥이 되었으니 말이다.   산 자들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바람에 개인의 존엄성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국가안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말이다. 그 덕분에 나라경제가 선진국 수준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전쟁과 분단으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2018년 2월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 2심이 끝나 대법원 상고심 재판중이지만 아직도 재판결과가 안 나온 것을 보면... 지나친 미국의존과 사회불평등 심화 등 민생이 안정되지 않아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자. 생계유지하느라 힘들고 절박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엄중한 현실은 당신의 말잔치, 구호성 이벤트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거다.      연천UN군 화장장 시설 ⓒ뉴스매거진21   우리는 값싼 평화를 원치 않는다. 손쉽게 얻는 평화, 구호성·이벤트성 평화를 거부한다. 평화와 DMZ는 당신이 새롭게 책상 위에서 발견한게 아니다. 당신 머릿 속에서 만든 공상이자 허상에 불과하다. 꿈에서 깨어나라. 아프고 어둠 속에 갇힌 우리들의 삶을 직시하고 끌어 안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그래서 필요하다. 분단현실과 이산가족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그렇게 쉽게 열리지 않는다. 아프고 어두운 현실을 용기있게 드러낼 때 비로소 평화라는 큰 지평을 열 수 있을거다.       연천군 미산면 대전차 방호벽 ⓒ뉴스매거진21   경기북부는 남북관계와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통과지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을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과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도시를 혁신하면서 서로 연대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고속도로가 생기고, 도로망이 개선되면 지역이 발전할까. 냉정하게 생각할 일이다. 평화경제는 누구의 몫이 될까?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고 지역민의 삶을 얼마나 향상시킬까. 빈익빈 부익부 심화로 지옥같은 삶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누구를 위한 평화, 누구에 의한 평화, 누구의 평화인지부터 밝히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무거운 반성을 통해서만이 평화를 말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세상을 열 수 있다. 지금 질적인 변환,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다.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통해서만이 평화도 가능하고 불평등한 낡은 고리를 벗어 던지고 자주적이며 당당한 나라를 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부끄럽고 힘들겠지만 하나 하나 아픔을 드러내고 참회와 반성부터 시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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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12
  • [칼럼]해동성군(海東聖君) 세종(世宗)이 가는 길
    조선초기강무장(야외기동훈련장)으로 사용된 가사평의 재현행사 모습 © 최병수  경기북부를 관통하는 3호선은 세종 강무길   국도 3호선은 원래 경남 남해에서 평안북도 초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남과 북을 잇는 주요 교통로이다. 그 3호선 중,  서울–의정부–양주-동두천–연천–철원– 평강까지 이어지는 길은 세종이 근 20년 가까이 봄, 가을에 사냥을 겸한 군사훈련을 행하던 강무의 행로(行路)이다. 세종은 조선의 무비(武備)가 소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재위 32년 중 24년을 추운 겨울날 병사들과 함께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행했던 강무(講武)는 과연 무엇일까?     강무는 ‘조선시대 왕이 신하와 백성을 모아놓고 함께 실시하던 사냥 의식을 겸한 군사훈련’이다. 조선시대에는 봄가을에 전국의 군사를 동원하여 야외에서 사냥을 겸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는데, 세종을 거쳐 성종대에 완성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의 군례(軍禮)에서는 그 절차와 의식을 강무의(講武儀)로 규정하고 있다. 강무는 사냥을 통한 실전 연습이었다. 사냥은 평상시 국가의 무비(武備)를 닦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였다. 전국의 병력 동원으로부터 강무장까지의 행군, 금고기치(金鼓旗幟)에 의한 군령의 습득, 짐승 몰이를 위한 다양한 진법의 활용, 목표물을 잡기 위한 활쏘기의 연마 등 군령과 군정(軍政)을 한꺼번에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실제로 강무는, 기본적으로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르는 군사들을 동원하는 종합적인 군사훈련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강무는 조선 초기 태조 5년에 정도전의 발의로 시작되었고, 태종대에 강무의(講武儀)가 제정되면서 본격화되었으며 세종대에 세종이 심혈을 기울여 매년 봄, 가을에  실시함으로서 꽃을 피우게 된다. 조선이 개국하고 20년 가까이 어수선했던 정국이 안정되고 사후에 성군(聖君이라고 칭송될 만큼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임금이 궁궐을 떠나 길거리 백성들과 소통하는가 하면 각종 악조건 속에도 군사들을 조련하여 나라의 무비(武備)를 튼튼히 하는 강무의 진정한 의의가 꽃을 피운 시기였다.    강무(講武)는 초기에는 경기도·강원도·황해도·충청도·전라도·평안도 등 전국을 순행하면서 군사를 훈련하는 형태로서 진행되었으며, 지역을 위무(慰撫)하고 전국의 감사들에게 문안을 하게 함으로써 왕 중심의 집권 체제를 안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세종 이후 강무는 한양과 가까운 황해도, 경기도, 강원도에서 이루어졌으며 세종의 경우는 양주-연천-철원-평강으로 이어지는 행로를 가장 선호했다.     조선의 역대 임금 중 가장 많은 강무(講武)를 행한 세종답게 강무에 대한 의지는 신념(信念)으로 가득 찬 것이어서 지속적으로 강무를 반대하는 신하들을 동서고금의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강하게 몰아 부칠 만큼 감히 꺾을 수 없는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 군사(軍士)는 자주 조련(操鍊)하여 한서(寒暑)의 고통을 익히고, 기계의 장비를 정하게 하며, 무릇 좌작진퇴(坐作進退)의 절차와 모든 부지런하고 수고로운 일을 미리 연습하여 익숙하지 아니함이 없으면, 가히 군사(軍士)의 일을 알 것이다. “... 원조(元朝)에서 대도(大都)와 상도(上都)를 두고 해마다 순행(巡行)한 것은 한 곳에 편히 앉아 있는 것이 옳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또 고려 태조가 자손에게 유훈(遺訓)하기를, ‘ 서경(西京)은 잃어버릴 수가 없다.’고 하여, 이로써 후세의 자손들이 해마다 내왕하였으며, 또 달달(達達)이 성(城)을 공격할 때에 이기지 아니한 적이 없었던 것은 유목(遊牧)하는 종족(種族)으로써 음식(飮食)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진(女眞)의 풍속도 역시 이와 같다. 우리나라 사람은 그렇지 아니하여 항상 음식으로써 일을 삼으니, 급할 때에 이르면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    강무(講武)의 시작과 끝     본격적인 강무를 시작하기 전 병조에서는 강무 개시 7일전에 여러 백성을 불러서 사냥하는 법에 따르게 하고 사냥하는 들판을 표시(表示)한다. 그리고 강무장 둘레에 깃발을 꽂고 잡인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여 임금과 장졸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강무 당일 이른 아침 강무(講武)를 행할 것을 고(告)하는 제사를 종묘에 지내고, 궁궐을 나서는데 문무백관이 흥인문(興仁門) 밖까지 나와 전송하는 것이 관례였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강무에는 왕세자를 비롯하여 종친, 부마 및 의정부, 사헌부, 사간원의 관원이 한 사람씩 호종(扈從)을 하고, 규모가 적을 때에는 본궁의 병사 2,500명 정도만 참여하고 많게는 한양 인근의 황해도, 충청도 병사까지 참여하여 15,000명까지 참여하여 약 10일간의 기간으로 평강 분수령 행궁까지 갔다가 포천을 거쳐 양주로 해서 흥인문으로 환궁하는 것이 상례였다.    세종이 세종 원년부터 24년까지 매년 1~2회 실시하였던 강무 기록을 참조하여 약 10여 일 간의 강무행로를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첫째 날 – 낮참에 양주 녹양평에 머물다   이날 거가(車駕)가 흥인문을 출발하여 점심참에 양주(楊州) 사천동 어구에 머물렀다. 효령 대군(孝寧大君) 이보(李????)·경녕군(敬寧君) 이비(李)·공녕군(恭寧君) 이인(李䄄)·의성군(誼城君) 이용(李㝐)이 입시(入侍)하고, 경기 감사 김겸(金謙)·경력 안숭선(安崇善)·정역 찰방(程驛察訪) 이길배(李吉培)·양질(楊秩)·양주 부사(楊州府使) 이승직(李繩直) 등이 조복(朝服)을 갖추고서 맞아 뵈오니, 거가를 수종하는 당상관(堂上官)에게는 친히 술잔을 내리고, 3품 이하에게도 술을 내리었다. 이로부터 거가가 회정할 때까지 이 예로 하였다. 저녁에 풍천평(楓天平)에 〈악차(幄次)를 설치하고〉 머무르니, 경기·충청·전라도의 감사는 말과 그 지방의 특산물을 바치고, 평안도 감사는 매[鷹] 3마리를 바치고, 경기 감사는 또 술과 과일을 진상하였다. 조선 초기 강무에 동원된 병력과 기마의 예 실록 상에는 태종대에는 측근(이숙번 등) 2~3명, 갑사(甲士) 500명과 대간, 형조 각 1명 등 대규모 군사훈련이라기보다는 사냥을 떠나는 것과도 같이 단출하게 떠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규모가 커도 5,000명에서 7,000명 미만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세조같은 경우는 구군(驅軍;몰이꾼)이나 기병(騎兵) 외에도 온 조정이 다 따라 나서고, 왕자, 종친들까지 참여하여 2만 명을 넘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인원이 많고 동원되는 마소(馬牛)의 숫자가 많을수록 몰이꾼들에게 지급할 식량, 장수(將帥)와 갑사(甲士), 병사 등에 지급할 급료, 우마(牛馬)에게 먹일 마초(馬草)의 공급 등 강무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수반되는 어려움으로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세종 6년(1424) 9월 14일 강무를 떠나기 전 강무 지응사(支應使)가 임금에게 올린  ‘강무할 때의 금령(禁令) 조목’ 을 살펴보면 1. 사복시(司僕寺)의 마필(馬匹)은 들풀이나 곡초를 물론하고 먹일 것.1. 사옹(司饔)·사복(司僕)·충호위(忠扈衛)와 상의원(尙衣院)의 여러 관원들이 각 고을의 공급하는 이민(吏民)을 마음대로 구타하지 못하고, 만약 어기고 그릇된 것이 있으면 대언사(代言司)에 진고(進告)할 것.1. 시위(侍衛) 대소(大小) 군사의 마필을 먹일 건초(乾草)는 각 숙소에 미리 적치(積置)하여 놓고, 비록 부족하더라도 민간에서 거둬들이지 말게 할 것.1. 부득이하여 물이 깊은 곳에 다리 놓는 것 이외에는 도로를 수리하지 말 것.1. 그 도의 감사(監司)·수령관과 경과하는 고을 수령 외의 각 고을 수령들은 지경(地境)을 넘어와서 현신(現身)하지 못하게 할 것.1. 위의 항목에 해당하는 사건 외에 감사나 수령이 민간에서 거둬들여 은밀하게 인정을 쓰는 자는 어가를 따르는 찰방(察訪)이 무시(無時)로 수색하고 체포하여 논죄하게 할 것“  등 총 9개 항목 중 6개 항목이 강무로 인한 민초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제정한 금령(禁令)인데 강무의 시행과정을 꼼꼼히 챙기지 않을 경우 강무(講武)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날 – 가사평(袈裟坪)과 불로지산에서 사냥하다  연천(漣川)의 가사평(加士平)과 불로지산(佛老只山:불견산?)에서 몰이하고 낮참으로 연천에서 머무르니, 연천 현감 신회(辛回)가 조복을 갖추고 맞아서 알현하였다. 오후에 오봉산에서 몰이하고 저녁참에 송절원평에 악차를 배설하니, 경기 감사가 술 50병과 찬(饌)을, 황해도 감사가 방물과 매 3마리와 사냥개 2마리를 바쳤으므로, 거가를 따르는 신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몰이하던 가사평(袈裟坪:가사뜰)은 조선왕조 초기 경기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강무장이다. 도성을 떠나 병사들이 짐승을 몰이하고 임금을 비롯한 장수들과 일반 병사들까지 참여하여 활을 쏘아서 짐승을 잡는 실질적인 강무행사를 개시한 곳이 가사평(袈裟坪)이다. 이날 가사평에서 행해진 강무의 모습을 세종실록 부록에 나오는 강무의(講武儀)에 근거하여 좀 더 자세히 재현해보면 이렇다.    조선왕조 초기, 나라에서 강무장으로 정한 가사평은 평사 시 강무장 안의 초목도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하며, 사냥도 금하게 하여 드넓은 뜰에 갈대와 잡목이 우거진 들짐승들이 많이 서식하는 군사훈련장 겸 공식 사냥터였다. 이미 병조에서 일주일 전에 금줄을 치고 일반 백성과 잡인의 출입을 금지한 상태였다.         1. 장수의 지휘 하에 몰이꾼(驅軍)들이 몰이한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가사평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조(兵曹)의 하급군관들이 강무를 개시하는 전령(傳令)을 통하여 나누어 알려서, 구군(驅軍: 몰이꾼)들이 에워싸고 사냥을 시작하게 한다. 날짐승의 양 날개와 같이 양익(兩翼)의 장수(將帥)가 모두 기를 세우고 구군(驅軍)들을 지휘하여 에워싸는데 그 앞은 빠뜨린다. 어가(御駕)가 나와서 머물기를 평상시와 같이 한다. 장차 사냥하는 장소에 이르려 하여 어가(御駕)가 북을 치면서 가서 에워싼 데로 들어간다. 유사(有司:행사 총지휘자)가 북을 어가의 앞에 진열하도록 한다. 동남쪽에 있는 사람은 서향하고, 서남쪽에 있는 사람은 동향하여 모두 말을 탄다. 여러 장수들이 모두 북을 치면서 가서 에워싼 데 이르고, 이에 몰이하는 기병을 설치한다. 이미 임금께서 말을 타고 남향하면 유사(有司)가 뒤따르고, 대군(大君) 이하의 관원이 모두 말을 타고 궁시(弓矢:활)를 가지고 어가의 앞뒤에 진열한다.   2. 임금이 먼저 활을 쏘고, 왕자, 장수와 군사, 일반 백성의 순서로 사냥   유사가 이에 짐승을 몰이하여 임금의 앞으로 나온다. 처음에 한 번 몰이하여 지나가면, 유사가 궁시를 정돈(整頓)하여 앞으로 나오고, 두 번째 몰이하여 지나가면 병조에서 궁시를 올리고, 세 번째 몰이하여 지나가면 임금이 그제야 짐승을 따라 왼편에서 이를 쏜다. 몰이할 적마다 반드시 짐승 세 마리 이상으로 한다. 임금이 화살을 쏜 뒤에야 여러 군(君)들이 화살을 쏘고, 여러 장수와 군사들이 차례로 이를 쏜다. 이를 마치고 몰이하는 기병이 그친 뒤에야 백성들에게 사냥하도록 허락한다.  3. 짐승을 사냥하는 방법   무릇 짐승을 쏠 적에는 왼쪽 어깨 뒤와 넓적다리 앞을 쏘아서 오른쪽 어깻죽지 앞의 살을 관통하는 것을 상(上)의 것으로 삼는데, 건두(乾豆)로 만들어 종묘(宗廟)에 받들며, 오른쪽 귀 부근을 관통하는 것이 이에 다음 가는데, 빈객(賓客)을 접대하며, 왼쪽 넓적다리뼈에서 오른쪽 어깨 뼈 사이로 관통하는 것을 하(下)로 삼는데, 포주(庖廚:푸주 : 소, 돼지 따위를 잡아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일)에 충당한다. 몰이할 때 여러 짐승을 서로 따르는데, 다 죽이지 아니하고, 이미 화살에 맞은 것은 쏘지 아니하며, 또 그 면상(面上)을 쏘지 아니하고, 그 털을 자르지 아니하고, 그것이 표(表) 밖에 나간 것은 쫓지 아니한다.   장차 사냥을 그치려고 하면, 병조에서 기(旗)를 사냥 구역의 안에 세우고는, 이에 어가(御駕)의 북과 여러 장수들의 북을 크게 치면, 사졸(士卒)들이 고함을 치고, 여러 짐승을 잡은 것을 기 아래에 바치면서 그 왼쪽 귀를 올린다. 모아진 짐승 중에 큰 짐승은 관청에 바치고, 작은 짐승은 자기 소유로 한다. 사자(使者)를 보내어 잡은 짐승을 달려가서 종묘(宗廟)에 올리고, 다음에는 악전(幄殿:임금이 머무는 곳)에서 연회하고 종관(從官)에게 술을 세 순배(巡盃)를 내린다.   4.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  1. 사냥할 때는 여러 장수들이 사졸(士卒)로 하여금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고,   1. 어가(御駕) 앞에 기를 세워서 첨시(瞻視:이리 저리 둘러보아)를 구별하게 하며,   1. 어가 앞에 가까이 있는 사람은 내금위(內禁衛)와 사금(司禁) 이외에, 모든 잡인(雜人)들을 일절 모두 금단(禁斷)하게 하며,   1. 삼군(三軍)이 차례대로 포열(布列)하여 에워싼 속으로 짐승을 모두 몰이하여 들이는데, 빠져 나가는 놈은 군사들이 쫓아가서 화살로 쏘는데, 그 위차(位次:미리 정해진 순서)를 지나면 그치고 쫓지 말게 하며,   1. 모든 잡인들은 에워싼 앞으로 먼저 가게하고, 에워싼 안에서 화살을 쏘고 매와 개를 내놓지 못하게 하며,   1. 무릇 영을 어긴 사람은, 2품 이상의 관원은 계문(啓聞)하여 죄를 과(科)하게 하고, 통정(通政) 이하의 관원은 병조에서 바로 처단하게 하며, 도피(逃避)한 사람은 죄 2등을 더하며, 비록 에워싼 밖이라도, 앞을 다투어 화살을 쏘아서 혹은 사람의 생명을 상해(傷害)하거나, 혹은 개와 말을 상해한 사람은 각각 본률(本律)에 의거하여 시행한다.     세종은 왕세자를 비롯하여 종친, 부마 및 의정부, 사헌부, 사간원의 관원 등  관리들과 장수와 병사(군관, 기마병, 몰이꾼) 등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거의 매년 한 차례 이상 궁궐을 나와 양주의 녹양평을 거쳐 연천의 가사평, 철원의 갈마재, 평강의 분수령까지 갔다가 귀로에 포천의 보장산과 매장원을 거치는 왕복 600여리의 길을 오가며, 그것도 농번기를 피하느라 아직도 밖에는 날씨가 추운 봄 2월이나 3월, 가을에는 10월이나 11월에 약 15,000명에서 20,000명 가까운 장수와 병사들을 이끌고 빈틈없이 강무(講武)를 실시했다. 따라서 강무 시작단계에서부터 빗발치는 문신들의 반대, 혹독한 날씨, 훈련 중 일어나는 불의의 사고 등, 도성(都城)으로 귀환(歸還)하는 순간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만만치 않은 여정(旅程)이었다.    세종 13년(1441) 2월 20일 포천 매장원에서의 강무행사는 혹독한 날씨로 인하여 병사들이 무려 26명, 우마(牛馬)가 70마리나 얼어 죽고, 많은 병사들이 동상에 걸리는 등 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한 심각한 사건이었다. 이때도 세종은 2월 12일 도성을 떠나 2월 13일 연천의 송절원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고 철원 마산뜰(14일)- 평강 적산(16일)–철원 대야잔(18일)-영평 굴동(19일)에서 강무를 실시하고 영평 보장산 부근인 매장원에서 마지막 강무를 실시하고 도성으로 귀환할 예정이었는데 이런 큰 사고가 난 것이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죽거나 다친 것도 큰 일이거니와 가뜩이나 지병으로 인하여 건강이 여의치 못한 임금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하여 3개월간의 논란 끝에 종국에는 영의정까지 석고대죄하면서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된다.     그 다음 해인 세종 14년(1442) 2월 19일부터 무려 보름 가까이 실시된 춘등(春等) 강무 때에는 짐승을 향해 내관이 쏜 화살이 임금의 막사로 날아들거나(23일), 몰이꾼이 몰던 사슴의 뿔에 받혀 병사 2명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났으며, 구군(驅軍:몰이꾼)들이 목을 지키고 있던 순간에 멧돼지가 뛰쳐나와 내구마(內廏馬)를 들이받는 바람에 말이 죽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역대 강무 중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힘든 강무 중의 하나였다. 이와 같이 강무 중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위와 같은 강무의 절차(節次)와 금령(禁令)을 만들었지만 각처에서 소집된 15,000명 정도의 많은 인원과 기마(騎馬), 활(弓)과 같은 무기 등이 동원되어 야외에서 추운 날씨에 10여일 이상을 행군해가며 하는 사냥을 겸한 군사훈련이다 보니 가끔 예기치 못한 사고(事故)는 발생했다.   조선 초기 최고의 강무장, 가사평(袈裟坪)  세종 임금이 가장 즐겨 찾았던 조선 최고의 강무장은 연천의 가사평으로서 지금의 전곡읍 은대리와 전곡리, 연천읍 통현리에 걸쳐있는 연천군 제일의 평야 이며 곡창지대로서 점토질 성분으로 된 이곳의 토질이 이른 봄 해빙기나 여름철 우기 때가 되면 인마(人馬)의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질고 미끄러워 예전에 한탄강을 건너서 통현리까지의 20리 벌판길을 통과하자면 기운이 다 빠지고 탈진상태가 되었다는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조선 영조조에 편찬된《輿地圖書, 1757》에는 가사평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예전에 어떤 중이 이 벌판을 지나가다 진흙 속에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여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걸음을 옮길 수 없게 되자 입고 있던 가사(袈裟)를 벗어버리고 갔다하여 ‘가사평(袈裟坪)’으로 명명되었다.’ (원문 : 袈裟坪在縣南十里春夏泥滑黏不能着足古有一僧過此氣乏棄其袈裟而去仍名)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연천현 제영(題詠)조에 실린 서거정(徐居正)의 시에는 滑滑春泥怯馬蹄  봄 진흙 미끄러워 말도 가기 어렵구나.楊洲行路互高低 양주서 오는 길 높았다 낮았다 하네.大灘己怕氷猶薄 한 여울을 건널 때 이미 얼음 얇을까 겁냈는데諸嶺辺看雪向齊 여러 영(嶺)을 보니 눈이 아직 그득하구나.破帽輕裘增料峭 헌 모자 얇은 옷은 봄추위 더하는데宦情羈思轉凄迷 환정 나그네 생각 도리어 처량하구나漣州客館依山靜 연천의 객관이 산에 의지해 조용하니攲枕高眠日向西 베개에 기대어 조는 동안 해는 서쪽으로 기울었네.        이렇듯 가사평은 아주 찰진 진흙 벌판으로 땅에 물기가 많은 해빙기나 여름 장마철에는 인마의 통행이 아주 힘들었던 곳이다.  습지와 갈대숲, 잡목이 군락을 이루었던 이곳에는 노루, 멧돼지, 꿩을 많은 짐승들이 서식하였고, 땅에 수분이 마르고 건기로 접어드는 11월부터 해동이 되기 전인 2월까지는 말 달리고 사냥을 하면서 군사 조련을 시키는 강무(講武)장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기에 조선 초기에 강무장으로 적극 활용이 되었던 곳이다.    저녁에 세종과 그 일행이 묵은 송절원평(松折院坪)은 태종이 상왕으로 물러나서도 세종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병권과 인사권을 틀어지고 강무행사도 태종의 지휘로 행할 적에 세종 1년(1419) 3월 처음으로 세종과 함께 이곳에서 유숙했다. 그 이후부터 세종은 철원 지경(地境)으로 넘어갔다가도 꼭 연천 송절원(松折院) 뜰에 와서 잠을 잘 정도로 이곳을 선호했다. 과연 송절원(松折院)은 어떤 곳이었을까?    지금도 퇴계원, 장호원 등 지명으로나마 흔적이 남아있는 원(院)은 공적인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나 상인 등 공무 여행자에게 숙식 편의를 제공하던 공공 여관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역(驛)과 함께 사용되었는데, 이는 역(驛)과 관련을 가지고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송절원과 약 10리(4~5km) 거리에 옥계역(군남면 옥계리)이 있었던 것은 이와 무관(無關)치 않다고 사료된다.    고려 말부터 약 80리(약 32~40km) 거리 마다 설치되었던 역참, 그 역참과 역참 사이를 보완하면서 도적이나 들짐승으로부터 안전하게 공무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숙식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바로 원(院)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대로(大路), 중로(中路), 소로(小路) 등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면 어디든지 원(院)이 만들어져 운영되었는데, 한양 외곽의 이태원, 홍제원, 퇴계원 그리고 경기 남부에 장호원 등《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상세히 기록된 것처럼 전국에 1,300 여 곳의 원이 운영되었다. 송절원(松折院)은 바로 그 원(院) 중에 하나로, 세종이 재위 원년(1418)부터 세종 24년(1442)까지 20 여 년 동안 무려 17 차례나 송절원터에 악차(幄次)를 설치하고 야영(野營)했다는 것은 절대로 간과(看過)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세종은 재위 25(1443)년 이후에 송절원(松折院)을 다시 찾지 못하게 된다. 세종의 건강이 궁궐 밖으로 원행(遠行)을 나가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세종은 평소 고기가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다. 거기다 아버지 태종이 걱정을 할 정도로 운동량이 부족했다. 궁에서 장시간 각종 서책과 씨름하고, 한글 제정과도 같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에 매달리다보니 세종 8년 30세 때에 당뇨가 오고, 재위 11년 33세가 되면 구레나룻이 세기 시작했다. 두뇌를 많이 써야 했던 세종으로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백발화가 일찍 진행되는데 이때부터 거의 매년 풍질, 어깨부종, 피부병, 두통, 안질, 요도결석, 기력감퇴 등에 관한 기사가 등장할 정도로 각종 질병을 앓게 된다. 그리고 세종 24년 46세 때는 동신언어(動身言語), 즉 몸을 움직이거나 말만 해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진기한 병을 앓기에 이르렀다. 지금 같으면 한창 왕성하게 일할 장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종 25년(47세)부터는 이미 온몸에 퍼진 각종 질병(疾病)으로 인하여 심신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궁궐 밖으로 행차하는 일은 할 수가 없게 된다.  셋째 날 – 철원 갈말고개에서 몰이하고 저녁에 마산(馬山)에 머물다   철원(鐵原)의 가을마고개(加乙麻古介)에서 몰이하고 낮참으로 진의천(珍衣川)에 머무르니, 부사(府使) 유의(柳議)가 조복을 갖추고 맞아서 알현하였다. 감사가 술 50병을 올리니, 거가를 따르는 신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미천한 사람들에게까지 그 몫이 돌아갔다. 저녁에 행차가 마산(馬山)에 머무르니, 감사가 또 청주(淸酒) 1천병과 탁주 2백 동이[盆], 닭 2백 마리, 돼지 52마리를 올렸으므로, 역시 모두 나누어 주고, 주서(注書) 변효경(卞孝敬)을 보내어 사냥한 날짐승을 종묘에 천신(薦新)하게 하였다.    세종 7년 3월 9일부터 시행한 강무(講武) 행사는 첫째 날은 흥인문을 나와 양주 사천현(沙川縣)을 거쳐 풍천평(楓天平)에 야영을 하게 되는데 사천현과 풍천평은 지금의 양주군 은현면 동두천 지역을 말한다. 둘째 날은 가사평과 불로지산에서 몰이하고 오후에도 오봉산에서 사냥하고 송절원에서 야영하고 셋째 날은 강원도 지경으로 넘어가 철원 갈말고개에서 마산(馬山)에서 야영을 하고 다음날 철원 돼지뜰(猪山平)을 거쳐 평강 갑비천(12일) → 장망산(13일) → 행궁이 있는 평강 분수령(14일)을 기점으로 다시 남하하여 철원 풍천역(16일)을 거쳐 대야잔(大也盞 지금의 대마리 부근) → 고석정 → 영평현의 굴동(17일) → 보장산(寶藏山 현재 미군훈련장으로 사용) → 매장원(18일 每場院, 포천현 인근)에서 유숙을 하고 19일 오후에 궁으로 돌아오는 열흘간의 강무는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세종대왕은 찬바람이 부는 벌판에서 야영하며 군사들을 조련시키며 심혈을 기울여 이루고자 했던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꿈이 어려 있는 가사평(袈裟坪)과 송절원은 우리군민들이 모두 알고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너무나 크나큰 역사ㆍ문화적 자산이다.             연천문인협회 회장          연천군 향토문화재 위원                 최병수(崔炳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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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18
  • ‘민통선 해제로 위협받는 두루미 월동지’
    글,사진  이  석  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연천군 중면 횡산리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 외딴 마을이다. 이 곳  주민과 영농인의 출입절차간소화를 위해 군 초소의 북상을 추진한다. 기존 중면 삼곶리에서 횡산리 초소로 이전함으로서 전자카드를 발급받은 주민과 영농인은 민통선 출입이 자유로워진다. 다만 연천군은 안보관광, 또는 생태탐방 목적의 방문객 출입을 위해 북상시킨 횡산리에 새로운 초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곳은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의 월동지역이다. 아무런 보호대책도 없이 초소 이전을 추진하는 연천군의 엇박자 행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연천군은  지난해 12월 연천군의 군조(郡鳥)를 비둘기에서 두루미로 변경했다. 두루미는 철원에 이어 연천 DMZ 일대와 임진강 일대에 많은 개체 수가 월동한다. 2018년 2월 1일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이수동 교수팀이 공동조사한 결과 두루미 374개체, 재두루미 387개체, 시베리아흰두루미 2개체로 총 763개체가 확인되기도 했다. 두루미는 140cm크기의 대형조류로 덩치가 큰 만큼 경계심이 워낙 강해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잠자리 확보가 최우선이다. 연천에 두루미 주 서식처로는 민통선 해제구역인 장군여울과 빙애여울 2곳 뿐이다. 그중 장군여울은 임진강 상류의 물길이 양 갈래로 나뉘어 마치 여의도와 같이 섬의 형태를 이루고 있어 최적의 잠자리다.  장군여울로부터 500여m 상류에 인접한 빙애여울은 2-30센티의 얕은 여울이 대각선 형태로 이어져 있는데, 추운 겨울에도 강물이 얼지 않는다. 이곳에서 물고기나 다슬기를 잡아먹는다. 또 연천은 전국 율무생산량의 60%이상을 차지하는데 대부분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수확하기 때문에 낙곡률이 20~30%나 돼 두루미들의 주 먹이원이 되고있다. 하지만 장군여울은 10월부터 이듬 해 5월까지는 군남댐의 겨울철 담수로 잠기고, 하나 남은 빙애여울 마저 민통선 해제를 추진중이어서 서식처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두루미보호 외치며 서식지 파괴하는 연천군의 “이중적 행보”   지난6월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MAB국제조정이사회에서 ‘연천임진강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국내에서 7번째다. 임진강은 북에서 발원해 DMZ를 가로질러 연천군 중심부를 흐른다. 접경지역 중에서도 가장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어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연천군은 그간 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임진강 상류 지역의 두루미 도래지 천연기념물 지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전 세계 3천여 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제202호 두루미를 연천군은 지난 해 12월에야 비둘기에서 두루미를 군조(郡鳥)를 변경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대외적으로는 자연생태와 두루미 보전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론 주 서식처인 두루미 월동지를 파괴하는 연천군의 이중적인 행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두루미를 위협하는 요인은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는 민통선지역 축소이다. 민간인통제구역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주민들의 편의와 개발 민원에 따라 북상시킨 것이다. 민통선 안에서 사람들의 간섭을 피해왔던 두루미들이 이제는 수많은 차량과 인파에 노출됐다.   두 번째는 군남댐의 담수로 인한 월동지 수몰이다. 수자원공사측의 주장대로 홍수조절이 목적이라면 홍수기 이외에는 댐의 수문을 항상 개방해야 맞다. 그러나 하류지역과 하천유황개선을 위해 일정량의 담수가 필요하다며 겨울철 담수를 강행하고 있다. 10월부터 이듬 해 5월까지 담수 시 횡산리 빙애여울과 삼곶리 장군여울의 수위가 높아져 수몰된다. 두루미, 재두루미 200여 개체이상 잠자리로 이용하던 장군여울은 이미 잠자리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사실 영농기 용수 공급을 위해서라면 두루미가 떠나는 3월 말부터 15일 가량만 담수해도 충분하다. 수자원공사의 군남댐 운영은 홍수기와 비홍수기로 나누어  2단계로 관리하고 있다.  두루미가 월동하는 기간에는 몇 단계로 나누어 두루미를 위한 맞춤형 댐운영이 필요하다.   세 번째 민통선 내 인삼밭 증가로 인한 먹이 부족과 안전의 위협이다. 수 년전부터 연천군 민통선 일대에는 농가 고소득 명목으로 급속하게 인삼밭으로 전환돼 두루미들의 주 먹이원인 율무밭과 논이 감소해왔다. 또 경기북부지역으로 6년근 개성인삼재배가 가능해, 도난의 우려로 출입통제가 엄격한 민통선 내 재배를 선호하는 탓이다.    네 번째는 사진촬영과 생태탐방객들로부터의 위협이다. 증가하는 탐조객은 또 다른 위협이다.  두루미가 나는 모습을 촬영하려고 일부러 가까이 접근해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그것인데, 아무런 제재나  통제시설이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민통선내 군의 통제하에서 관리가 되었으나 민통선마저 해제되면 두루미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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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28
  • [칼럼]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이 석 우>   시•군의회의 인사권 확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분리형 기관구성체제 하에서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지향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의사와 이익을 대표하고 집행기관을 감시․견제하여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책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의회의 견제기능을 신장시키고 전문성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회 사무기구의 확충과 자율성을 개선해야만 한다.  시장•군수가 시•군 의회의 사무기구 직원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지방행정의 내용이 날로 복잡 다양해지고 양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양질의 행정서비스에  대한 주민 욕구가 증가하는 만큼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의 증대도 요구되고 있다. 또한 촛불혁명의 주권의식은 “지방분권형개헌이 시대정신”이라는  표출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의회 사무기구의 인사권확대의 기본방향을 충원구조의 변화를 통한 자율성 확보, 정책보좌기능의 강화를 통한 전문성  제고, 그리고 인사운영의 개선을 통한 효율성 신장에 두고, 그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의회-시정부의 기관분리를 취하는 현행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에서 양 기관의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둘째, 우수한 사무직원의 확보와 전문성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 사무기구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절대 필요한 것은 의정활동을 효율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확보라고 하겠다. 셋째, 인사교류 등을 포함한  탄력적인 인사운영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인적자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의회 사무직원에게 있어서도  승진과 인사교류는 매우 중요한 자기개발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우수하고 유능한 인재가 의회근무를 선호하게 하기 위해서는 능력발전과 동기부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의회직렬의 신설에 의한 완전 독립안시•군의회 의장이 의회사무기구의 모든  사무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가지며, 일반직에서 임명하지 않고 의회의 별도 직렬을 신설하여 충원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의 장점은 의회직렬이  일반행정직 공무원과는 달리 주민의 입장에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보좌한다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봉사정신을 보유함으로써 의회의 자주성 확보에  노력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반면에 의회직 신설방안은 인사규모의 적정성 측면에서 인사범위가 협소한데 따른 문제점이 예상된다.  보완방안으로써 인사행정의 범위를 경기도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통합하여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는 완전 독립안의 협소한 인사행정의 문제점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제안되는 방안으로써 인사운영의 풀을 넓히는데 초점을 둔 것이다. 일부 독립안사무기구의  직무성격에 따라 인사권을 이원화하는 방안이다. 즉 의회의장이 지방의회 사무직원들 중 일부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인사권을 확보하도록 한다. 직무의  성격상 우선 대상이 되는 사람을 선택하는 문제는 의회 전속적인 성질의 업무를 지원하는 순으로 결정하는 것이 자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면에서  적절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의회사무기구를 총괄하는 사무과장과 조례입법안을 다루는 전문위원이 인사권 독립의 일차적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의사진행의 보조를 담당하는 직원이 이차적인 대상이 될 것이며, 일반행정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그 다음 대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인사권의 독립대상이 되지 않는 직원에 대한 임명권은 현행대로 단체장이 갖고 집행기관 공무원과 인사교류를 시행하게 될 것이다.  의회의 인사관련 위원회 참여근무성적평정위원회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부단체장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의회가  갖도록 하며, 인사위원회의 구성에 의회 의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직업공무원제의 실적주의 적용을 받는 집행기관  및 의회사무기구의 공무원들에게 인사상 공평하고 합리적인 평정을 받을 수 있도록 인사제도상의 보완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촛불민주주의에 희망을 걸며..사무기구의 조직구성을 고려해 볼 때, 일반행정관리업무 위주로 되어 있는 현행의  조직구조를 “전문적인 의정지원 인력”의 확충으로 균형을 잡아 줄 필요성이 요청된다. 특히 조례입법 등 전문적인 의정지원활동을 위하여 전문위원실을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문위원의 수를 늘리는 문제를 포함하여 전문위원을 보조할 지원인력도 확충되어야 하기에, 이를 위하여 대학생  인턴쉽제도의 도입 등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끝으로, 시•군 의원이 자신의 의정활동비와 직무활동수당을 사용하여 스스로의  자문인력을 적극 활용하여 시•군정부의 견제와 균형을 현실화하는 역량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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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03
  • [칼럼]임진강이 부른다
     <강  정  환>   흐르는 강은 말이 없다. 임진강은 북한에서 2/3정도 차지하며 흘러 오고, 한탄강도 북한 평강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천서 서로 만나 파주를 거쳐 한강과 손잡고 서해로 나간다. 아주 오래 전부터...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이 곳엔 구석기시대부터 구불구불 흐르는 물길로 토사가 쌓인 양지바른 강변에 모여 살았다.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지나 삼국시대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벌였고 강을 경계로 대치하기도 했다. 한강에서 서해로 나와 임진강을 거슬러 뱃길로 사람을 만나고 물자를 교류했던 곳이다. 이처럼 강은 오랜 세월 서로를 이어 왔었다. 일제시대 철도가 강력한 운송수단으로 등장하면서 강은 우리들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한국전쟁후 남북으로 분단되고 경원선과 경의선이 끊어진 것은 커다란 비극이었다.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생이별의 애한을 가슴에 묻어 둔지 어언 70년.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가 등장했고 고속도로 건설과 자동차산업이 국가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북부는 북으로 철조망에 막혔고 이중삼중 규제에 얽매여 외딴 섬으로 존재했다. 좋은 일자리 찾아 젊은이부터 연천에서 동두천으로, 양주로, 의정부로 이사했고, 의정부사람은 서울로 가는 지역탈출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연천인구는 4.5만여명으로 지역소멸 위험 지자체라는 반갑지 않은 명성까지 얻었다. 이렇게 경기북부 사람은 70년동안 소외된 공간에 갇혀 섬처럼 답답하게 살아 왔다.   최근 한반도 평화분위기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경기북부는 평화시대를 예비하고 있다. 북한에서 출발한 임진강은 연천을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파주를 지나 한강과 손잡고 서해로 나간다. 한탄강도 북한 평강에서 강원도 철원, 경기도 포천을 지나 연천에서 임진강과 만난다. 또 양주에서 발원한 신천은 동두천 중앙을 남북으로 관통해 한탄강을 만나 곧 임진강과 합류해 한강과 함께 서해로 흐른다. 임진강과 한탄강, 신천이 살아나면 경기북부가 살아난다. 임진강과 한탄강은 남북한이 함께 살려야 하고, 신천은 양주와 동두천, 그리고 연천이 머리를 맞대고 살려야 한다. 강이 살아나야 헤어진 사람도 만나고 필요한 물자도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면한 지역과제는 오랫동안 흘러 왔던 임진강과 한탄강을 살리고, 그동안 헤어지고 단절되었던 아픔과 슬픔을 보듬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뉴스매거진21도 임진강이 부르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하면서 DMZ와 경기북부 지역시민과 함께 평화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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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02
  • [칼럼]책임질 수 있는 비판이 필요하다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 강정환 연천 고능리 사업장 폐기물 매립시설 추진을 둘러싸고 주민들끼리 찬반 양편으로 나누어 부딪치고  있다. 고능리·양원리 주민 90%이상 찬성했고 일부 주민과 연천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하고 있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매립시설을 반대한다.” “자연보존과 지역개발이 둘 다 필요하다.” 이렇게 찬성과 반대 의견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비방하고 허위사실 발표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걱정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주민들이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와중에 연천군은 3월 사업자대표와 회의를 갖고, 현장조사까지 마쳤다. 4월 5일에는 한강유역환경청이 전문가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4월 중 연천군에 폐기물처리 사업계획서 관련법 검토의뢰서가 접수되어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가 자문 및 관련부서의 법률적 검토의견을 취합하여  한강유역환경청에 보낼 예정이다. 이처럼 고능리 사업장 폐기물 매립시설 허가절차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만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느라 정작 지역 현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기회조차 외면하고 있다. 충분히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토론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4월 10일  연천동두천닷컴 주최 100분 토론회를 준비했다. 연천사람들이 직접 모여 지역현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노력했으나 유감스럽게  반대대책위원회, 시민단체 ‘행복한연천을만드는사람들’, 연천군 의회가 불참하는 바람에 당초 기대했던 뜨거운 찬반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렵게  마련 된 토론회인데 그동안 줄곧 반대를 외치던 반대대책위와 시민단체에서 토론에 참석해 직접 이해당사자인 사업자 측에게 그동안 추진과정에서 궁금해  하던 의혹과 강도 높은 질문이 나오기를 기대했었다. 반대 측인 행복한연천을만드는사람들의 불참이유는 개최 일정이 촉박하고 주최자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으며 토론의 주제가 적절치 않기 때문이라 한다. 덧붙여 이번 토론회를 사업자설명회로 전환할 것과 연천군민이 참석하는 공개토론회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일주일 전부터 두 차례나 참석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준비 시간이 없다며 답변을 미루다 이틀 남기고 불참을 통보했다. 도대체  무엇이 준비가 안됐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수 개월 동안 무엇을 외쳤단 말인가? 또한 언론매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듯 하다. 비록 지역인터넷신문  매체인 연천동두천닷컴이 열악하며 부족할 지라도 언론매체이다. 예컨대 KBS나 MBC 등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 요청이 오면 참석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토론 주제도 주최 측에서 나름 객관성을 가지고 고심 끝에 결정하는 것이다. 이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토론에 참석해 문제제기도 하고  반대의견도 개진하고 자유로운 비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은 업체 설명회로 하라느니.. 주제가 어떻느니.. 연천군민이 참석하는  공개토론회로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것이다. 오히려 토론이 부담스러워 회피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날 토론회는 사업개요와 경과, 허가절차를 공개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렸고, 고능리·양원리 주민대표와 사업자대표가 참석해 입장을 밝혔으며  사회자가 반박질문을 하면서 공정성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반쪽 토론회에 그치고 말았다. 반대 측은 불참함으로써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을까? 불참하는 대신 참석해서 뜨겁게 토론하는 건전한 토론회를 만들었다면, 많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고 해결과제를  도출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하려면 찬반양측의 입장, 사업자 사업계획서, 소규모환경평가서, 다양한 사례,  전문가의견, 현장방문, 그리고 폐기물관리법과 환경영향평가법 등 법률검토까지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전문가 견해, 명확한 숫자와 통계, 인용, 증거, 사례, 추론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근거 없는 주장, 감정적 대응으로 말미암아 허위사실  유포, 부하뇌동에 따른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텐데, 과연 이러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찬반양론이 대립할수록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더없이 중요하다. 상대 의견을 경청하고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포용력 있는 넓은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아직도 고능리 사업장 폐기물 매립시설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 연천동두천닷컴이 주최한 100분 토론회는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을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종착역은 연천군 자원순환사회 구축을 통해 폐기물 발생량 감소와 폐기물 재활용  100% 달성으로 폐기물 매립 제로화를 선언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연천군의회, 연천군, 시민단체가 연천동두천닷컴 주최  100분 토론을 바탕으로 건강한 2차·3차 토론회를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책임 있는 토론회가 필요하다. ※ 본 기고문은 뉴스매거진2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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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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